일본 도쿄돔. 스포츠동아DB
“야구장이 정말 좋아요.”
1988년에 완공된 일본 도쿄돔은 개장한 지 30년이 넘었다. 내부 구조물은 오래되고, 라커룸도 옛날 티가 많이 난다. 그러나 이 곳을 찾는 선수들과 팬들은 여전히 최고의 야구장이라며 입을 모은다.
약 4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야구장. 근처에는 걸어서 5분 안에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역이 두 개나 된다. 놀이시설과 쇼핑몰도 들어서 있어 이 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야구만이 아닌 ‘문화’ 자체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16일과 17일에 잇따라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한일전은 대회 최고의 특수를 누렸다. 주말에 편성된 두 경기에 경기 시작 4~5시간 전부터 구름 관중이 몰렸다. 야구팬들은 선택의 폭이 넓디넓은 이 ‘도쿄돔 시티’에서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했다.
상권이 무너지고, 관중조차 약 1만 6000명 정도 밖에 수용할 수 없는 서울 고척스카이돔(2015년 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참으로 부러운 인프라다. 한국야구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실력’ 뿐만 아니라 그 근간인 뿌리부터 이미 일본에 크게 뒤져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의 차이에서도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7일에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 대표팀에게 3-5로 졌다. 점수만 보면 대등한 경기였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력 차는 확연했다.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국내 최고의 투수들은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젊은 투수들에게 힘에서 밀렸다.
1996년생 카이노 히로시(23·소프트뱅크 호크스), 1998년생 야마모토 요시노부(21·오릭스 버팔로스), 1992년생 야마사키 야스아키(27·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등 어린 필승조는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칼날 제구로 던졌다. 일본 투수의 특성에 따른 변화구 역시 일품이었다. 우리 대표팀에서는 조상우(25·키움 히어로즈)가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인데, 조상우 마저 이들의 구위에는 부족함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프로가 대표팀에 합류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올해 이 대회까지 일본에 19승17패를 기록했다. 대표팀이 일본을 상대로 조금 나은 성적을 거두긴 했고, 일본과의 특수성까지 감안해 ‘숙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인프라와 선수들의 실력에서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숙적은커녕 이제까지의 19승이 ‘기적’으로 취급받는 날이 찾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