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곧 당선이란 환상에 빠져 지도부 비판 않고 공천에만 관심 한국당 108명중 50세 이하 5명뿐… 황교안 대표가 물갈이 기준 선언해야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51·서울 양천을·사진)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전날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현재 당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었던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 ‘진실한 친박’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며 122석(현재 108석)으로 쪼그라들었던 20대 총선 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는 것.
김 의원은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국당은 좀비이며 역사의 민폐’라고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정말 한국당 의원들이 김 의원 욕을 그렇게 하느냐”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18대 국회 등원 동기인 김용태 김세연 의원은 나란히 3선을 하며 한국당에서 대표적인 소장개혁파로 통했다. 김 의원은 이미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를 떠나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그는 “국민은 ‘한국당이 희생의 피를 흘리는 모습’을 원하고 있다. 이제 황교안 대표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한국당이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나.
“내가 3선에 당 사무총장까지 했고 올해 51세인데 한국당 의원 108명 중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지역구 의원은 김세연(47)과 김성원(46)뿐이다. 비례대표까지 쳐도 김현아(50) 전희경(44) 신보라(36)가 전부다. 당이 늙은 것이다. 의석의 절반을 20∼40대로 채워야 한다.”
―인적 쇄신이 총선 승리를 보장한다고 자신할 수 있나.
“2000년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 당시 이회창 총재는 허주 김윤환 의원 등 자신을 총재로 만들어준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키는 모험을 감행했다. 낙천자들이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쇄신 의지를 보여준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다. 공천 과정에서 제대로 경선하면 혁신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경선은 현역에게 절대 유리하다. 현 상황에선 망하는 지름길이다.”
―지도부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황 대표가 ‘50% 물갈이하겠다’ 같은 인적 혁신의 기준을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제시해야 한다. 강세 지역부터 물갈이해서 청년, 여성, 4차 산업혁명 전문가를 전략 공천해야 한다. 황 대표가 ‘내 측근도 예외 없다’ ‘측근은 더 세게 한다’ 등을 선언하고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황 대표가 인적 쇄신론을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도 그게 가장 두렵다. 한국당도 불출마 후발주자만 기다릴 게 아니라 황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나도 이미 지역구 내놨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더 센 사람과도 붙을 거고 중진들 다 그만두라고 하면 나부터 기꺼이 받아들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