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사회부 차장
지난해 4월 헌재는 2004∼2017년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되 세무대리 업무는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규정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운전면허는 있는데 운전은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모순에 대해 헌재는 올해 말까지 법을 고치라고 했다. 세무사 전체 1만3000여 명보다 많은 변호사 1만8000여 명이 세무대리 허용 대상이 된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개정안은 △기획재정부안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안 △민주당 이철희 의원안 등 세 가지다. 정부안은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실무 교육과 평가 등을 이수하도록 했다.
변협 측은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업무는 법에 대한 해석, 적용을 포함하는 세무대리의 핵심 업무”라며 “이를 제외하는 건 헌재 결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세무사회 측은 “변호사에게 법률과 관계없는 회계 업무까지 허용하는 것은 전문자격사 제도의 근본 취지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역(職域)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호사 3만 명 시대를 앞두고 생존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이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내세워 영역을 확장하면서 다른 분야 전문자격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반대로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등도 해당 서비스 시장이 포화하자 “우리도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변호사의 고유 업무를 넘보려 한다.
국회 회기마다 이 같은 갈등이 되풀이된다. 특정자격사법을 개정해 직역의 칸막이를 높이거나 범위를 확대하려고 하면 다른 자격사들이 ‘생존권 수호’를 외치며 반대하는 식이다.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개정하다 보니 관련법은 복잡하게 꼬여 있다.
‘법조인접직역’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미국처럼 전문자격을 통합해 장기적으론 변호사와 회계사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자격사를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면 영국 독일 등처럼 변호사와 전문자격사 간 동업(MDP)을 허용해 한곳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해법의 대전제는 전문자격사의 ‘밥그릇’ 확보가 아니라 국민 편익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골라 누릴 수 있도록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재영 사회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