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장학금 비판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대통령이 언급한 ‘합법적 불공정’. 그 속뜻은 아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건에 대해 ‘미안은 하지만 불법은 아니니 괜찮지 않으냐’가 아닐까. 홍종호 원장은 14일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위법 여부를 떠나 용인되는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 전 장관 딸 문제는) 그 선을 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올 1월 정부가 23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하자 맡고 있던 4대강 조사·평가위원장을 사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사리에도 안 맞고 위원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위원회에 수질과 생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있었다. 아마도 환경부 복안은 수년간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도 많이 훼손됐으니 원상태로 복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결정하려 한 것 같다.” (원래 그렇게 갈 거 아니었나.) “나는 이런 논리로는 백발백중 실패할 거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환경에 대한 평균 인식이 그 정도 논리로 이미 만들어진 걸 부수는 데 동의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 그리고 난 경제학자인데 그렇게 결정할 거면 있을 이유도 없다. 그래서 그러지 말고 보 해체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장기적으로 해체가 오히려 이득이라는 점을 제시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설득해 예타 조사 방식을 반영시켰는데 정작 정부는 SOC 사업에서 예타 조사를 면제하니 무슨 낯으로 위원들을 보나. 옳은 결정도 아니고.”
※그는 2012년 부산고등법원에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은 경제성이 없으며 예타 조사를 안 한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민간위원장에 선임됐다.
―설득했다는 건 반대가 많았다는 건가.
―보 해체 의견을 발표한 게 2월인데 아직도 해체는 하지 않고 있다.
“그 점이 가장 아쉬운데… 정책이란 가치와 전략이 결합돼야 완성되는 건데, 이 정부는 마음만 앞서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많이 미흡했다. 2월에 보 2개 해체, 1개 부분 해체, 2개 상시 개방을 발표했는데 당시에는 6월에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결정을 하고 바로 집행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물관리위원회를 빨리 안 만들더라.” (이유가 뭔가.) “잘 모른다. 전반적으로는 해당 지역도, 전국적으로도 해체 여론이 높았다. 대통령 공약이고, 연구 결과도 그렇게 나왔으니 추진할 줄 알았는데 지역에서 좀 반대하고, 선거 얘기 나오더니 갑자기 쑥 들어갔다. 민주당이 안 움직이는 것 같더라. 환경부도 적극적이지 않고…. 그때 이 사람들이 전략만 부족한 게 아니라 정책에 대한 가치관도 확고하지 않다고 느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당초 계획보다 두 달 늦은 8월에 구성됐다. 하지만 보 해체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종호 원장이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배신감을 느낀 건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 좀 심하게 말하면 괘씸하더라. 기분도 많이 상했고… 그래서 (위원장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MB 정부가 예타를 면제해 혈세를 낭비한다고 하다가 이제는 반대가 되니까. 소위 영남권 KTX라는 사업도 들어갔는데 171km에 역이 5개다. 완전히 가다 서다 아닌가. 지역 정치인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4대강 보 해체와 관련된 정부의 태도, 예타 면제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 정부의 가치관에 대한 의심, 회의를 넘어 나중에는 분노까지 일었다.” (며칠 후 철회했는데.) “발표가 코앞인데 위원장이 그만두면 어떻게 하느냐는 위원들의 만류가 많았다. 환경부에서도 계속 가자고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하던 일은 잘 마무리하는 게 낫다 싶어 결국 복귀했다.”
―진영 논리 때문인지 시민단체의 반발이 좀 덜하다는 느낌도 있다.
“4대강 사업과 예타를 면제한 SOC 사업에 조금의 차이는 있다고 본다. 하천이나 강을 건드리는 사업은 외국에서도 매우 조심한다. 하지만 어쨌든 하나는 강을 파고, 하나는 땅을 파는 거니까, 세금도 들어가고…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지금 예타 조사도 경제적 편익만 갖고 판단하지 않는다. 정책적 평가라고 해서 지역의 낙후도, 지역균형발전 기여도 등을 고려한다. 비용편익비율은 낮지만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충분히 검토한 뒤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사업이 아닌데 들고나온 것이다. 영남권 KTX는 이미 박근혜 정부 때도 얘기가 나온 거다. 당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그쪽이 표밭이라 사업을 하면 좋은데도 워낙 경제성이 없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런 걸 이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이라고 들고나오니….”
―조 전 장관 딸의 장학금과 관련해 올린 글도 반향이 무척 컸다. 환경대학원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건가.
“이 문제는 많이 조심스럽다. 내가 환경대학원 교수와 원장이 아니었다면 아마 안 올렸을 거다.” (그런데 왜….) “내가 직책에 대해 과도한 책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많이 불편해하겠다고 예상했는데 틀리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이 도는데… 가장 무서웠던 말은 ‘동료 교수 딸이니까 봐준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아, 이거 심각하다.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글을 썼다. 학생들이 동요하고 불만도 쌓일 수 있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상처받는 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게 제일 두려웠다.”
―어떤 상처를 말하는 건가.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거…. 환경대학원 석사과정이 200여 명 된다.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 원 정도인데 이런저런 장학금이 있지만 400만 원 전체를 통째로 다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외부 장학금도 있어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100만 원 정도면 많이 받는 편에 속한다. 학생들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동장 같은 일을 하면서 근로장학금을 받기도 하고, 연구 일을 도우면서 인건비 명목으로 받아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한다. 오늘도 4명이 외부 장학금을 신청해 추천서를 써주고 있었다. 그런 학생들이 보기에는 이건 너무 쉽고 편했다. 게다가 수업도 거의 안 듣고….”
※조 전 장관의 딸은 한 학기에 401만 원씩 두 학기 802만 원을 받았고 수업은 1학기 1과목(3학점)만 들었다.
―환경대학원에 다니다가 다른 곳에 가는 경우가 많나.
“법학전문대학원에 가는 경우는 봤는데… 그 학생은 졸업하고 갔다. 환경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거였다. 안 그래도 주변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물어봤는데 중간에 다 마치지 않고 의학전문대학원에 가는 건 처음 봤다고 하더라. 환경대학원은 의전원 진학과 관계없는 전공이다. 뭐, 올 수도 있는데 그러면 최소한 수업이라도 좀 듣든지…. 아니면 장학금이라도 안 받거나. 불법은 아니겠지만 보는 사람들 눈살이 찌푸려지니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위법 여부를 떠나 용인되는 어떤 선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 선을 넘었다.”
―마침 지금 내년도 입학생을 전형 중이다.
“지난달 시작해 면접까지 치렀는데 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면접에서 혹시 특별히 당부하거나 물은 건 없나.) “하하하, 특별히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건 없다. 반 농담으로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져 올해 경쟁률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별 차이는 없더라. 다행히 조 전 장관 딸이 다녔던 전공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조 전 장관 관련은 지금 수사 중이고 학교 문제이기도 해 더 말하기가 좀 그렇다. 이해해줬으면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