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 이승엽 위원이 본 ‘프리미어12 준우승’
한국은 나름의 준비를 잘했다. 김경문 감독 지휘하에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이 잘 어우러졌다. 전력분석팀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렇지만 일본은 더 잘 준비돼 있었다.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사무라이 저팬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 전부터 이번 대회를 준비해 왔다. 일본의 목표는 분명했다. 한국 타도였다. 일본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6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여러 차례 한국에 망신을 당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은 우리를 겨냥해 독하게 준비를 한 것이 느껴졌다.
일본과의 두 경기 모두 스코어는 2점 차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완패였다. 일본은 기본기에 충실했다. 수비와 작전 등에서 거의 실수가 없었다. 한국은 수비와 주루 플레이 등에서 나오지 않아야 할 잔실수가 많았다. 단기전에서 이런 작은 실수는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 경기에서는 실수는 최소화하고, 작은 찬스들을 살려 나가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의 부족한 점, 보완할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결국 더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도쿄 올림픽 본선에는 6개국이 나선다. 메달만 따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일본을 넘어 금메달을 향해 가야 한다.
한국은 이정후와 김하성(키움), 이영하(두산), 강백호(KT)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냈다. 겁 없이 잘 뛰어줬다. 좋은 경험을 한 만큼 내년 올림픽에서는 한 단계 더 성장해 대표팀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들 외에도 신예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발돋움해야 팀이 강해진다.
객관적인 실력에서는 우리가 일본에 뒤질 수 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이 붙으면 못 이겨도 ‘하나’가 되면 이길 수 있는 게 야구다. 한국은 역대 대회 통틀어 그런 힘이 강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반드시 이기는 것 말고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이번 대회 패배의 치욕은 내년 올림픽에서 갚아주면 된다. 다시 만났을 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더 잘 준비하는 팀이 웃을 것이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