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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포위한 경찰, 탈출시도 시위대에 최루탄 조준사격

입력 | 2019-11-19 03:00:00

전쟁터같은 홍콩이공대 진압현장




시위대에 총구 겨눈 무장경찰 18일 홍콩이공대에서 무장 경찰이 교정 탈출을 시도하는 시위대 한 명의 이마를 향해 총기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날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히 충돌하자 홍콩 당국은 모든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에 내린 휴교령을 19일까지로 연장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경찰은 18일 새벽부터 홍콩이공대 주변 도로를 완전히 포위하고 교정 일부에 진입하면서 시위대 고립 작전에 나섰다. 대학을 빠져나가려는 시위대 가운데 400여 명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오후에 이공대 안에서 커다란 폭발음과 연기가 나기 시작하자 시위 참여자들의 부모와 시민들은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광저우 공안국은 17일 대테러 특수대응팀 등 1000여 명이 참가한 테러 훈련을 진행했다. 홍콩 시위 진압을 연상시키는 테러범 제압 훈련 사진도 공개했다. 무력 진압을 예고한 셈이다. 홍콩 교육 당국은 19일까지 휴교령을 연장해 모든 초중고교와 특수학교가 문을 닫는다. 유치원과 장애아동 학교는 구의원 선거일인 24일까지 휴교한다.


○ 시위대 부모들 “아이들 살려 달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이공대로 이어지는 육교 앞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잇따라 최루탄 총과 고무탄 총을 정조준하자 가슴 졸이던 시민들이 “쏘지 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탈출하던 여성 시위 참여자에게도 조준하자 중년 여성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경찰이 설치한 금지선 쪽으로 밀자 무장경찰들이 이번엔 최루탄 총의 총구를 시민들 쪽으로 돌렸다.

일부 시위 참여자의 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아이들이 학교 안에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편과 같이 온 한 여성은 경찰에게 “당신 아이들이면 이렇게 하겠느냐. 인간적으로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이들을 구해 달라”는 내용의 작은 팻말을 들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은 기자에게 “체포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단지 평화롭게,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법을 집행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공대는 시위대의 요새이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변했다. 17일 오후 경찰이 “이공대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폭도”라고 규정한 뒤 24시간이 넘도록 전례 없이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다. 경찰은 18일 새벽부터 실탄 발사를 경고했고 실제 몇 차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시위대는 화염병, 수제 네이팜병 등을 던지며 거세게 저항했고 대학 내 곳곳에 불을 지르며 저항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최대 10일간 포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공대 내부 곳곳은 폭발에 이어 불에 탄 데다 바리케이드와 집기들이 나뒹굴어 전쟁 뒤 폐허처럼 보였다.


○ 염소 폭탄 제조 vs 저격수 배치

이공대 인근 채텀 도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주는 경찰의 음파 대포도 다시 등장했다. CNN은 경찰이 M4카빈으로 추정되는 저격용 소총을 메고 순찰을 도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학교 안에 600명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공대 총학생회 대표들은 페이스북에 성명을 올려 “경찰이 17일 밤부터 학교의 모든 출구를 봉쇄했고 긴급 구조대와 응급 구조대원이 끌려가 부상자를 치료할 수가 없다”며 “심각한 인도주의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물대포를 맞은 저체온증 환자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시위대는 경찰 진압 우려를 이유로 소방대원들의 화재 진압 작전을 막았다. 홍콩 시위대 온라인 포럼인 ‘LIHKG’에는 염소로 폭탄을 만들었다며 “한바탕 대학살”이라는 글과 투명한 병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은 “경찰이 저격수를 배치했다”며 “시위대도 네이팜 같은 물질로 화염병을 만들고 폭발물 부비트랩을 준비해 양측이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공대 주변 도로는 18일 오후 완전히 봉쇄됐다. 경찰은 취재진이 저지선에 접근하는 것조차 막고, “떠나라(get out)!”라고 말하며 위협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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