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저녁 TV 생중계로 2시간 동안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방송사에서 선정한 국민패널 300명의 질문에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이었다. 이런 형식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고,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2017년 8월 20일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개최한 대국민 보고대회 이후 두 번째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만찬으로 시작한 소통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후유증에 대해 “지난 절반의 임기 동안 가장 큰 이슈였다”면서도 포용적 성장을 위해선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정책의 체감 효과가 없는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경제위기론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특히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현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괴리된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 대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과 분열을 준 데 대해 송구스럽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와 관련해 사과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여당이 정치 공방 차원에서 펼쳐온 주장 이상의 깊이나 균형감각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공수처를) 공약했다”며 공수처 반대를 ‘정파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공수처가 아니라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약속했던 것이며, 정부 여당의 공수처 안에 대한 찬반 논란을 정파적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정책 목표가 현실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출범 당시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정책 기조는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임기 절반 동안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며 정책 기조 유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과감한 국정 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더 열린 마음으로 귀를 열고 겸허히 임기 전반기 국정 성적표를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