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도시로의 급격한 이동… 메가시티 빈곤층이 시위 확산시킨다
김영식 국제부장
외신에선 잘 다뤄지지 않았지만 눈길을 끌었던 해석이 있다. 시위의 숨겨진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골에서 도시로의 급격한 이동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헨리 케리 미국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폭력적 시위가 지속되는 국가의 상당수는 성장률이 낮은 국가들로 올해 성장률 예상이 0.2%에 불과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농촌 정책 실패, 농가보조금을 둘러싼 논란, 기후변화 등으로 지방 거주자들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이동했고, 이들이 다수의 절대빈곤층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이 소셜미디어로 연결되면서 대규모 시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케리 교수는 거대 도시의 성장에 주목했다. 1950년대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 시티가 뉴욕과 도쿄 등 2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1995년엔 14개로, 지금은 25개로 늘었다고 했다. 약 76억 명 가운데 55%에 해당하는 42억 명이 도시나 주변 거주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시골을 떠났지만,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은 슬럼가를 차지하며 더 많은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각국 시위의 출발점이 모두 경제적 불만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런 숨겨진 요인은 빈부 간 갈등을 더욱 격화시켰고, 주요 도시 시위의 요인이 됐다.
정권의 부정부패도 시위를 타오르게 한다. 볼리비아에서는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불붙은 시위의 타깃은 혈세로 대통령궁을 지었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부정부패로 향했고, 결국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과거 시위와 달리 명확한 지도부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이는 사람들이다 보니 반정부 시위 지도부를 특정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시위 진압도 더 어려워진다. 그렇게 세계의 주요 도시에선, 또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위의 상당수는 정책 결정 과정의 실패와 깊숙하게 연결됐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 지원했던 유류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긴축정책을 발표한 에콰도르는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적어도 시민들의 민생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는 공무원들은 현장 목소리부터 귀 기울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었다. 밥그릇을 잘못 건드리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김영식 국제부장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