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엘 부돌프센 덴마크 금융노조 부위원장.
김자현 경제부 기자
저성장, 저금리로 중대 기로에 선 글로벌 금융업계의 변화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는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미샤엘 부돌프센 금융노조 부위원장을 만났다. “덴마크 노조는 디지털화에 따른 금융권의 일자리 감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혹시 통역이 잘못됐거나 의미가 와전됐나 싶어 “일자리를 잃는데 파업은 안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부돌프센 부위원장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저금리로 은행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인력 감축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핀테크가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대응은 크게 다르다. 덴마크 금융노조는 이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정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같은 금융권역 또는 다른 산업 분야로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노조가 재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교육 비용은 각 금융사와 정부도 함께 지원한다.
노조는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한 핀테크 기업들과도 적극적인 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덴마크 금융노조의 바로 옆 건물엔 50곳 이상의 핀테크 기업이 입주한 ‘핀테크 랩’이 마련돼 있었다. 노조는 이들 기업에 금융업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고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금융 기술을 서로 논의하고 있었다. 노조 차원에서 핀테크 기업들을 지원해 미래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워 ‘윈윈’하겠다는 전략이다. 부돌프센 부위원장은 “시대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선 기득권 지키기에 더 열중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는 와중에도 시중은행 노조가 연초부터 파업에 나서더니, 정부는 금융권의 ‘일자리 성적표’를 매기겠다며 은행들을 압박하다가 계획을 철회했다. 금융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데이터 3법’ 역시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덴마크가 시대 변화를 인정하고 적극 대처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금융권은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며 변화에 굼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자와 끝까지 피해 다니며 막다른 길에 몰리는 자, 누가 앞으로 갈지는 뻔하다.―코펜하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