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 화요일 맑음. 마지막 잎사귀.
#328 Nick Drake ‘River Man’ (1969년)
나뭇잎 지는 것을 바라보면 착잡해진다. 불과 몇 달 전, 연두색 잎을 내놨던 수줍은 나무는 지난 계절에 아리따운 꽃잎도 떨어내고 초록 잎마저 붉거나 노랗게 물들였다.
황홀한 추색(秋色)이 실은 나무의 유서. 하나둘 잎을 잃어 앙상해지는 나무를 볼 때면 어쩐지 내 맘도 서글퍼져 버리고 만다.
지는 잎들을 위한 명작이 있다. 문학 쪽에 미국 작가 오 헨리(1862∼1910)의 소설 ‘마지막 잎새’가 있다면, 대중음악계에는 영국 포크 가수 닉 드레이크의 앨범 ‘Five Leaves Left’(1969년·사진)가 있다.
어느덧 나온 지 50년이 된 이 음반이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생각났다. ‘마지막 잎새’를 연상시키는 앨범 제목은 사실 담뱃갑에 실린 홍보 문구에서 따왔다고 한다. 드레이크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대학생들이 많이 사서 피우던 싸구려 담배에는 직접 말아 피울 수 있는 담뱃잎이 다섯 장 들어 있었다고.
앨범 첫 곡부터 ‘Time Has Told Me’. 시간이 내게 말했지, 라니…. ‘언젠가 우리의 바다는 해변을 발견할지니…’ 장조의 여유 있는 악곡으로 매우 덤덤하게 드레이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슬플 것도 없다는 듯 노래한다.
두 번째 곡 ‘River Man’(QR코드)에서 드레이크는 강 사람을 찾아가리라고 다짐한다. 강 사람의 대답을 드레이크는 이미 알고 있다. 강이 흘러오고 흘러가듯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그는 사실상 자문자답한다.
앨범 중반부의 ‘Day is Done’ ‘Cello Song’에서는 현악이나 타악이 드레이크의 목소리와 통기타 연주를 담쟁이넝쿨처럼 아찔하게 휘감는다. 드레이크는 작은 녹음 스튜디오 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앉아 현악단에 반달 모양으로 둘러싸여 노래했다고 한다.
드레이크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 부를 만한 후렴구도 없고 사이키델릭 록처럼 폭발적이지도 않은 그의 노래에 주목하는 이는 적었다.
스스로 최후를 예견이라도 한 듯 드레이크는 26세에 요절했다. 그해가 1974년이니까 데뷔작인 ‘Five Leaves Left’를 내고 꼭 5년 뒤다. 이달 25일이 드레이크의 45주기다. 계절은 순환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