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日수출규제로 실적 악화… 24곳중 14곳 신용전망 부정적 평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년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홍콩 사태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내 경기 침체와 일본 수출 규제로 기업 영업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무디스는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신용평가와 공동으로 진행한 ‘2020 한국 신용전망’ 세미나에서 “무디스가 평가하는 총 24개 한국 민간기업(금융사·공기업 제외)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개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크리스 박 무디스 기업평가 담당 이사는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 분쟁의 지속으로 한국 수출 기업들의 올해 수익성이 악화됐고, 내년에 일부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미중 무역분쟁의 지속으로 화학, 테크놀로지 업종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철강, 화학, 정유 쪽은 경기 둔화와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안 좋다”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유통 자동차 항공 철강 디스플레이 등 주요 업종의 신용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으로 전망한 업종은 없었다. 이날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거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붙인 기업 수는 26곳으로, 지난해(18곳)보다 8곳 늘어났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이날 “기업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의 이면엔 내수 부진, 무역환경 악화, 산업 패러다임 전환 등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단숨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내년 기업 신용도 하락 추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