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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열차표 여러장 샀어요”…철도총파업에 뿔난 시민들

입력 | 2019-11-20 15:28:00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서울 용산역 열차출발안내판에 운행중지 열차를 안내하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서울 용산역 매표소 안내문에 파업을 알리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늦으면 미리 말해줘야 할 것 아니야!”

20일 낮 12시6분쯤 서울역 매표소 12번 창구 앞에서 한 남성이 소리를 지르고 사라졌다. 이 남성처럼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 총파업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철도노조의 파업시작이 다행히 출근 시간대 이후여서 파업 첫날 출근길 대란은 없었다. 부산에서 오전 7시30분 열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정호씨(52)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획보다 1시간 일찍 열차를 탔는데, 정상적으로 운행을 했다”며 오전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 후 KTX 표를 구매한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열차 취소에 발길을 돌리거나 부랴부랴 다른 열차표를 구매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서울역은 매표소 12개 중 5개만 열고 부분적으로 운영한 탓에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정모씨(81)는 이날 강원 강릉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지만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취소했다.

정씨는 “오후 1시 1분 강릉에 가는 열차표를 예약했는데 파업 때문에 취소됐다고 한다. 이미 호텔까지 예약을 다 했는데 못 가게 됐다. 몸이 불편해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강릉 여행은 아예 못 가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열차시간에 맞춰서 기차 타려고 했는데 앞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 미리 알았으면 이런 고생을 안 했을텐데.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며 “문제는 호텔이다. 이미 예약금을 다 지불했는데 규정상 당일 취소는 환불도 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35·여)는 불안한 마음에 여러 장의 표를 구매한 처지다. 김씨는 “토요일 면접관 참여로 울산에 내려가야 해서 3주 전에 표를 끊었다. 다행히 내려가는 열차는 이른 시간 환승하는 걸로 끊었지만, 올라오는 열차표는 지난주부터 반환하라고 문자가 왔다. 다른 열차를 알아봤는데 좀 더 늦은 시간밖에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선 표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앞서 끊은 표도 아직 환불받지 않았다. 김씨는 “협상이 타결될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에 3주 전에 끊은 표도 아직 갖고 있다. 또 추가적으로 열차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수수료를 내는 것을 감수하고 다른 열차표도 몇 장 더 구매했다”고 밝혔다.

서울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30대 이제훈씨(남)는 “아직 KTX 열차 지연을 겪지는 않았는데, 운행을 안 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있다. 과거 파업 때 열차운행이 많이 축소된 적이 있어서 단체권을 사느라고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아직까지 파업을 크게 체감하지 못한 시민들도 있었다. 20대 중반 이모씨는 “울산에 내려가는 KTX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열차는 지연이 된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 앞으로도 지연이 안 되는 열차를 파악한 뒤 이용할 것”이라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