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코리안몬스터’ 류현진(32). 6년 전인 2013년 그가 빅리그에 입성할 당시 곁에서 버팀목 역할을 한 인물이 있다. 2013, 2014시즌 LA 다저스에서 류현진의 통역을 맡았던 마틴 김(40)이다.
그런 그에게도 2019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다저스, MLB 사무국 등 야구 현장에 몸담아왔던 그는 올 3월 글로벌 e스포츠 업체 ‘젠지(Gen.G)’로 둥지를 옮겨 사업제휴 상무를 맡았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젠지 서울HQ(본사)에서 김 상무를 만났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젠지 서울HQ에서 만난 마틴 김 젠지 사업제휴 상무
●한국의 e스포츠 문화가 전 세계에 뿌리내리도록
그럼에도 용기 내 도전장을 던진 건 크리스 박 젠지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컸다. MLB 사무국에서 제품 및 마케팅부문 부사장을 지낸 박 CEO가 김 상무에게 직접 러브 콜을 보낸 것. 김 상무는 “(야구에서 e스포츠로) 상품만 달라지는 것이지 내가 하는 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스포츠마케팅이라는 것이 어떻게 더 많은 팬을 끌어오느냐의 문제인데 MLB의 경험으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옛 동료인 류현진의 한 마디도 큰 도움이 됐다. 김 상무는 “‘좋아서 결정했으면 앞만 보고 가라’는 현진이의 말에 수월하게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저스에서도 그랬듯 김 상무는 젠지에서도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상무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e스포츠 선수를 보유한 것은 물론 20년 전부터 e스포츠 문화를 구축해왔다. 그 문화를 북미나 중국 등 전 세계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2달에 한 번 꼴로 내한한다는 김 상무는 이번에도 젠지 최초의 팬페스티벌 ‘젠지콘’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 상무는 “e스포츠가 주류 문화가 되는 건 시간문제의 일이다. 조만간 야구, 축구를 말하듯 e스포츠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언젠가 e스포츠에서의 경험을 다시 야구에 전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 덧붙였다.
LA 다저스에서 함께 했던 마틴 김(왼쪽)과 류현진
●해야 할 때 잘하는 선수, 류현진
평소 일로 야구를 봐야했던 것과 달리 올해만큼은 경기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김 상무는 “전반기 현진이가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도리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야구란 언젠가 좋은 흐름이 꺾이기 마련이니까. 후반기 위기에도 올 한해를 잘 마무리해준 현진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FA 계약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전했다. 김 상무는 “환경적으로는 한국 사람이 많은 큰 도시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진이는 큰 무대를 좋아하는 선수인 만큼 중요한 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단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급적 원하는 계약기간을 얻되 나중에는 평소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