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세진. 스포츠동아DB
자신과의 싸움. 야구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쓰는 말이다. 실제로 나태, 게으름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무엇도 성공할 수 없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각의 시선은 다르다. 투수는 타자와, 타자는 투수와 싸워 결과를 만든다. 자신과 싸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선을 상대방에게로 돌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론의 코칭법도 많다.
그런 관점에서 박세진(22·KT 위즈)의 지난 4년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북고 시절 전국구 에이스로 모두의 눈길을 끌었고, KT의 전국단위 1차지명자로 당당히 입단했다. 하지만 2019년까지 4년간 19경기에 등판해 1승9패, 평균자책점 8.62로 고전했다. 2018시즌 중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박세진은 20일, 지난 4년을 “나와 싸우기 바빴던 시간”으로 회상했다.
박세진은 입단 당시만 해도 하이 볼 구사 빈도가 높았다. 자연히 코치진들마다 그에게 “낮게 던지자”고 주문했다. 공을 때리지 못하고 밀어넣는 데 초점을 맞췄고 구속도 떨어졌다. 최고 140㎞ 후반대의 구속은 10㎞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마무리캠프에서 지도중인 박승민 코치는 하이 패스트볼을 당당히 던지라고 주문했다. 어퍼 스윙 궤도의 타자들을 상대할 때 효과 만점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포수 마스크만 보고 자신감 있게 던지니 공이 좋아졌다. 구속도 평균 143㎞을 유지한다. 프로 입단 후 가장 높은 속도다. 주위 사람들 모두 “(박)세진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감탄한다. 이강철 감독은 5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그를 꼽기 주저하지 않는다.
가오슝(대만)|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