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역외탈세 혐의 171명 조사 중견 자산가들 탈세 대거 드러나 자녀가 해외서 명품 구매 ‘펑펑’, 비자금 만들어 부동산 사들여 국세청 “끝까지 추적해 세금 부과”
B 씨는 해외에 숨겨둔 자금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다. 이렇게 번 돈을 다시 해외로 빼돌려 배우자 명의로 해외 부동산을 구입했다. 은닉 자금으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돈을 불리는 과정에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해외에서 세금을 빼돌리는 탈세 혐의자와 변칙 증여로 재산을 자녀에게 넘긴 혐의가 있는 17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세부적으로 역외탈세 혐의 60건,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해외 부동산 취득 57건, 해외 호화사치 생활 54건 등이다.
국내 법인 대표인 C 씨는 속칭 ‘빨대기업’으로 불리는 합작법인을 조세회피처에 세웠다. 이후 국내 법인이 해외 합작법인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 돈을 해외 계좌로 숨기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챙겼다.
D 씨는 국내 법인에서 해외 현지법인으로 거액을 투자한 뒤 투자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꾸몄다. 이렇게 손실로 처리된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번 세무조사에는 비자금을 송금받은 기업인의 자녀나 신고되지 않은 돈으로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병원장의 자녀 등이 다수 포함됐다. 국내 거주자인데도 국내 체류일수를 의도적으로 줄여 해외 거주자로 위장해 탈세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위장 해외 체류자를 ‘세금 유목민’이라고 부른다.
국세청은 신종 역외탈세와 조세회피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또 납세자가 일부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과태료도 부과할 예정이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역외탈세에 사각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정착될 때까지 끝까지 추적 조사해 과세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