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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노조 요구대로 하면 주31시간 근무… 국민이 납득하겠나”

입력 | 2019-11-21 03:00:00

[철도노조 무기한 파업]섣부른 노사합의가 부른 파업




《“현재 3조 2교대 근무자들의 주간 근무시간이 39.3시간인데 철도노조 (증원) 요구를 바탕으로 4조 2교대를 단순 계산하면 주 31시간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안을 따라도 주 35시간이다. 선진국 수준이고 좋기는 하겠지만 국민이 동의하겠나.” 20일 정부세종청사 ‘철도노조 파업 대비 정부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찾은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은 작심한 듯 이같이 발언했다. 김 차관은 “코레일이 증원(1865명)을 요청해 왔는데, 구체적인 증원 내용과 산정 근거, 재원 대책이 함께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며 “무작정 증원하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또 “자구노력 계획도 안 보인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코레일 사측과의 6개월간 30여 차례 교섭에서 크게 4가지를 요구해 왔다. △총액인건비 상승 △4조 2교대 근무에 따른 안전인력 확충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임금 개선 △코레일-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SR) 통합 등이다.

핵심 쟁점은 4조 2교대에 필요한 인력 충원 규모다. 지난해 6월 노사가 맺은 ‘교대근무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합의서’ 때문이다. 합의를 해 준 사람은 오영식 당시 코레일 사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오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친노조 행보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취임 직후 해고자 90여 명을 전원 복직시켰는데 당시 복직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 현재 철도노조를 이끌고 있는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이다.

합의서에는 근무체계 개편은 4조 2교대를 기본으로 하고, 2020년 1월 1일부터 근무 체계를 개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력 충원 규모는 노사공동 직무진단을 통해 도출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즉각 직무진단에 나서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용역은 반드시 그해 1∼12월 사이에 끝나게 돼 있는데 직무진단 용역은 최소 10개월이 필요해 올해 1월에 발주할 수밖에 없었다”며 “개편 시기를 2020년 1월로 못 박았던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2005년 기존 2조 2교대 근무가 3조 2교대로 전환될 때도 2∼3년의 기간이 필요했다”며 성급한 합의였음을 시사했다.

코레일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진행한 직무진단 결과 조직 효율화 등을 통해 1865명의 인력 충원으로 4조 2교대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사 간에 합의를 하더라도 상위 기관인 국토부 등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데 현재도 누적 부채가 16조 원 수준인데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주장하는 1800여 명만 증원해도 매년 3000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총액인건비 4% 상승을 요구하고 있지만 코레일은 공공기관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 1.8%를 지킬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코레일-SR 통합 요구도 사측은 정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사측의 결정권을 넘어섰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철도노조 집행부가 이날부터 파업을 강행했지만 정작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반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젊은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역사에서 근무하는 코레일 직원 박모 씨(31)는 “사측이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내세우며 노조가 무리하게 파업만 강행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동기들과 나눈다”며 “파업으로 인해 월급만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말했다.

노사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과 정부가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교섭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사측과 추가 교섭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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