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D-2]‘지소미아 유지’ 몰아치는 美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지소미아 사태와 관련해 “(한미일 간에) 전례가 없는 상황이며 이대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국과 일본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미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 책임론을 언급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것.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차관보는 18일 ‘미국의소리’ 방송에서 “지소미아를 파기하겠다는 한국의 결정은 매우 불행하고 무분별하며 동북아에서 한미일 안보를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지소미아는 한미동맹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미국의 불만 표출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다양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백악관에서 그동안 정무적 판단으로 무마해줬던 한국의 대북 제재 위반 사안들이 있을 텐데,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이 같은 보호막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 등 대북제재 해제 또는 유예 등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미국이 한국을 우대해줄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한국의 안보태세에도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일본 안보에 있어 한국은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 우리의 방파제 역할을 통해 일본은 방위 비용을 작게 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의 역할을 간과했다는 평가도 있다. 마이클 맥데빗 미 해군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 방송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대잠수함전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일본의 역량은 세계 최상위급”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무마하기 위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현재로선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내민다면 설득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한다’는 추상적인 말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통해 오히려 일본을 압박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본부장은 “지소미아 연장을 통해 ‘우리는 안보를 이렇게 중시하는데, 일본이 아직도 한국을 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미국이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