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파리 특파원
대학생들이 집단 시위에 나선 이유는 또래의 분신 사건 때문이다. 리옹2대학에 다니는 아나스 씨(22)는 8일 학생식당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다. 그는 “굶는 게 힘들다”며 생활고를 호소하고 “불평등에 맞서자”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올랑드 등 전·현직 프랑스 대통령들을 비판했다.
이에 공감한 학생들이 개선책을 요구하며 집단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를 보며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프랑스 청년들이 정말 그렇게 힘들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프랑스는 복지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나라다. 실제 아나스 씨의 학비는 무료였고, 월 450유로(약 58만 원)의 생활장학금도 받았다.
프랑스 최대 학생단체 FAGE에 문의하니 학생의 20.8%가 빈곤 위기에 놓여 있고, 50%가 생활비를 이유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마할 씨(21)는 “장학금에 의존하다 보니 우리끼리 ‘500유로에 목맨 세대’라고 한다”며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해 졸업이 늦어지고, 빈곤 기간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집세가 너무 올라 부담이라는 대학생 소피 씨(22)는 “기성세대는 융자를 받아 집을 여러 채 만든 후 임대해 재테크를 한다. 학생들이 저렴하게 살 곳이 없다”며 화를 냈다. 기자가 거주하는 파리15구 부동산에 따르면 20m²(약 6평)도 안 되는 원룸 월세가 600∼800유로에 달했다.
프랑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연 1000만 원이 넘는 등록금과 좁은 취업문 등 한국 상황과 비교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던 기자의 태도 자체가 젊은이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꼰대의 전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청년세대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도 다시 보게 됐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42개국의 1983∼2002년생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물은 결과 한국은 100점 만점에 27점에 불과했다. 프랑스 23점, 영국 29점, 독일 28점 등 유럽 선진국도 낙제점이었다.
청년 문제는 특정 국가와 사회를 넘어선 세계적 난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청년들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말하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무엇을 내려놔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