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도로에서 어린이들이 달리는 차를 피해 걷고 있다. 동아일보DB
서형석 사회부 기자
‘민식이법’은 민식이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전국의 모든 스쿨존에 무인 과속단속 카메라와 과속방지턱, 반사경, 노면 미끄럼 방지 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는 가중 처벌토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다. 아산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지난달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었다.
전국의 스쿨존 1만6789곳(올해 9월 기준) 가운데 무인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지역은 820곳(4.8%)에 불과하다. 민식이처럼 스쿨존에서 길을 건너다 목숨을 잃은 어린이는 지난해에도 2명이 있었다. 다친 어린이는 248명이나 됐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발의한 법안에 여야의 논리나 각 당의 이해가 따로 있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상임위 의원들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이 부모가 눈물로 호소하고 하루 뒤인 20일 문 대통령은 민식이법의 빠른 국회 통과를 희망하면서 법제화 전이라도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식별할 방안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도 17대 국회인 2007년에 처음 발의됐지만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11년이 걸렸다. 지난해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자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다시 발의됐는데 이 법안이 사고 피해자의 이름을 따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입법으로 이어졌다.
생명 안전과 직결된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도록 하는데 언제까지 ‘국민적 관심’이 동원돼야 할까.
서형석 사회부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