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 등 文대통령 국정 대전환 결단을”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돌입… 제1야당 대표로 10년만에 단식 현장 찾은 강기정 “단식 옳지 않아” 與 “정치초보의 조바심일뿐” 비판, 박지원 “단식 다음엔 사퇴 기다려”
靑분수대 앞 천막 치려다… 경찰 제지에 국회로 옮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철회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포기 등을 촉구하며 단식에 나서 바닥에 앉아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황 대표는 20일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패스트트랙 처리는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단식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3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제1야당 대표 최초로 삭발 카드를 꺼내 지지층을 결집시켰던 황 대표가 이번엔 단식으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소미아 종료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코앞에 다가오고 보수 통합과 인적 쇄신이 지지부진해 리더십에 대한 공세가 커지는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꺼낸 카드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18일 최측근에게만 단식 결정을 알렸고, 시행 당일인 20일 당 회의에서 공개했다. 측근들이 “시기가 좋지 않다”며 만류했지만 황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오후 9시경 국회의사당 앞에 꾸린 천막으로 옮겨 단식을 이어갔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 천막을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이 전례가 없다며 금지했기 때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청와대 경내 100m 내 집회가 금지돼 있고, 1인 시위도 관례상 오후 10시까지만 허용해 왔다. 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강 수석이 전화로 ‘황 대표만 텐트 설치를 허용하면 같은 요구가 잇따라 청와대가 텐트촌이 될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단식에 여권은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황 대표의 단식을 보고 코웃음 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정치 초보의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드디어 황 대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인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두 개 이행에 돌입한다”며 “제발 단식하지 마라. 그 다음 순서인 (당 대표직) 사퇴가 기다린다”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