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협상태도 문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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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으로 끝난 제3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지켜본 미국 워싱턴의 지한파 한반도 전문가들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미국 측 대표단의 협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미군 수뇌부가 불을 지피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19일(현지 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한국은 방위비 분담의 ‘무임승차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증거로 2018년 한국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2.6%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기준인 2%나 독일 1.2%, 일본 0.9%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번 협상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미국은 (협상장이 아니라) 아예 동맹관계를 박차고 나가려는 것이냐”며 “이렇게 센 수준의 협상은 북한을 향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기자와 만나 “1.5배 증액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5배를 요구하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며 “동맹관계를 돈거래로 따지는 것은 군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군인과 그 가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료 출신의 지한파 전문가는 “동맹관계를 거래로 보는 미국은 이제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가 되고 있다”며 “한국은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에스퍼 장관은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묘한 뉘앙스로 불확실성을 키워놓은 상태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은 한국의 보호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익에 따라 배치된 것이며, 설령 감축하려 해도 군인들과 장비를 한국에서 빼내 미국으로 옮기는 비용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의회가 이 비용을 승인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이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미 의회는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미국이 9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6500명 규모의 기갑여단 순환배치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병력 3000명을 파병한다고 의회에 공식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는 우리 병사들의 주둔 비용을 포함해 100%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협상은 아주 짧은 시간, 대략 35초가 걸렸을 뿐”이라고 자랑했다. 한국에 이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유럽 동맹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윤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