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상호영향 공동연구 결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 요약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중일 3국 환경당국 연구진은 각국의 최신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토대로 상호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대상지는 한국 3개 도시(서울 대전 부산), 중국 6개 도시(베이징 톈진 상하이 칭다오 선양 다롄), 일본 3개 도시(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다.
3국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국내외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으로 중국 배출원이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은 32%, 일본에 주는 영향은 25%로 나타났다.
또 2000∼2017년 모니터링 결과 3국 모두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는 모두 하락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대비 지난해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한국은 12%, 중국은 22% 하락했다. 일본은 2015년 대비 2017년 농도가 12% 떨어졌다.
당초 이번 연구 보고서는 지난해 6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올 2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중국 리간제(李干杰) 생태환경부장(장관)이 이달 23∼24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이전에 발간하기로 합의하면서 발표가 결정됐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수치가 낮아도 장기간 일정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도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중국의 연평균 기여율을 공식화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점은 고농도 시기에 중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규명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당초 3국이 합의한 공개 수준은 연평균 기여율 수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고농도 시기가 아닌 연간 평균치만 공개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원장은 “어디까지 공개하느냐를 놓고 중국 측의 거부가 심해 설득하고 끌어낸 것이 이 정도”라며 “중국이 연평균 농도를 인정하고 공개한 것도 큰 의미”라고 말했다.
그간 환경부는 중국 등 국외 영향에 대해 ‘평상시는 30∼50%, 고농도 시기에는 60∼80%’라고 설명해 왔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도 올 3월에 “2월 중국 춘제(春節) 폭죽 행사 후 이틀 뒤면 우리나라 대기 중 연소산화물 물질이 최대 13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7월에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6%가 ‘중국 등 국외 영향’을 꼽았다. 그러나 중국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주로 침묵했다. 리 부장이 2월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중국의 대기오염이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한 적이 없다”는 말을 한 것이 전부였다.
한편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20일 발표한 ‘고령화와 초미세먼지 건강 영향’ 보고서는 초미세먼지 탓에 2030년 서울에서 만 65세 이상 2133명이 기대수명보다 일찍 숨질 것으로 추산했다. 2015년의 1162명보다 83.6%(971명) 늘어났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5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 추산한 결과다. 2015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23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m³당 10μg을 초과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사지원·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