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투기 폐기물에 전국이 몸살
경기 포천시 화현면의 한 야산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가 3m 높이로 쌓여 있다. 재활용쓰레기 처리업자가 2017년 8월 무단으로 갖다 버린 쓰레기가 2년 넘게 방치돼 있는 것이다. 포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곳은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이 아니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사유지에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린 것이다. 이곳의 ‘쓰레기산’은 올해 1월 발견됐다. 시는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쓰레기를 누가 버렸는지 찾아내지 못했다. 이곳에 쌓인 쓰레기 1797t을 모두 소각하려면 5억 원이 넘게 든다. 시는 공장을 운영하는 업주가 소각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 쓰레기를 몰래 버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렇게 무단 투기된 폐기물이 산처럼 쌓인 이른바 ‘쓰레기산’이 전국 곳곳에서 계속 생겨나고 있다. 올해 4월 정부는 “쓰레기산을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부가 예산을 들여 쓰레기를 치우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쓰레기 더미가 만들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생긴 쓰레기산이 몇 년째 방치되는 일도 적지 않다. 경기 양주시 남면 일반산업단지의 한 공장 앞에 솟아난 5260t의 쓰레기산은 2014년 시에 발견됐지만 6년째 방치돼 있다. 쓰레기를 버린 업자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하지만 쓰레기 처리 비용 15억여 원을 내지 않고 있다. 시는 그동안 이 업자에게 ‘쓰레기를 치우라’는 내용의 계고장만 4차례 보냈다.
이곳 쓰레기 더미 인근의 주민들은 ‘파리 떼’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쓰레기 더미로부터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문모 씨(30·여)는 “오늘(11월 14일) 하루에만 파리 40마리를 잡았다”며 “식당 문을 열면 종일 파리를 쫓는 게 일이다”라고 했다. 쓰레기 더미로부터 불과 50m 거리의 공장에서 일하는 박모 씨(48)는 “시에 민원을 수없이 넣었지만 그때마다 방역차량을 보내주는 게 전부였다”고 했다. 양주시는 “조만간 예산을 들여 쓰레기 더미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 포천시 화현면 운악산 자락에 쌓인 6134t 분량의 쓰레기 더미는 2017년 12월 발견된 직후보다 쓰레기 양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역 주민은 쓰레기 더미 하나를 발견해 시에 알렸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쓰레기 봉우리는 3개가 됐다. 누군가가 쓰레기를 계속 가져다 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t당 28만 원에 이르는 쓰레기 소각 비용을 낮춰야만 쓰레기산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정부 예산을 들여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금도 쓰레기 소각장 가동률이 110%로 포화 상태라서 처리 비용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업자들이 쓰레기를 불법 폐기하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소각장을 늘려 처리 비용을 낮추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