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사서비스 이용 크게 늘어… 요리-육아 결제액 2년새 10배로 ‘집안일도 노동’ 인식 확산 영향
#서울 강남에서 맞벌이를 하는 40대 이모 씨 부부는 배달앱을 통해 반찬을 배송받고 있다. 반찬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시간은커녕 장 보는 시간을 내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다. 매일 같이 배달된 음식을 가족과 자녀에게 먹이는 게 처음에는 약간 꺼림칙했지만 주문과 동시에 새벽 배송을 해주는 것에 편리함을 더 많이 느낀다. 이 씨는 앞으로 청소도우미 서비스도 이용할까 생각 중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퍼지면서 ‘가사 서비스의 외주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육아·청소·요리·세탁 등의 서비스를 모바일을 통해 제공하는 20개 업체의 최근 3년치(매년 1∼10월 기준) 결제데이터를 분석하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요리와 육아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요리서비스의 결제금액은 2017년 9973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9억8091만 원으로 2년 만에 10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육아서비스 결제금액 또한 2017년 2766만 원에서 올해 2억6770만 원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배경에는 집안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가사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20대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돈을 내고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64.2%)을 차지했다. 반면 부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2%에 그쳤다. 또 ‘육아와 가사는 노동이다’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2.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약 17%인 122명은 ‘3년 전에는 가사가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고 응답했다.
현대카드 데이터 애널리틱스팀은 “집안일 또한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노동이므로 비용을 치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맞벌이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유시간을 얻기 위한 가사서비스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