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의 아들 프리츠 본 바이체커(사진)가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슐로스파크 병원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슐로스파크 병원 홈페이지) © 뉴스1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의 아들 프리츠 폰 바이체커(59)가 20일(현지시간)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츠는 이날 자신이 내과의로 근무하는 서베를린 샬로텐부르크 소재 슐로스파크 병원에서 간질환에 관한 공개 강연을 하던 중 한 남성의 공격을 받았다.
프리츠는 이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현장에서 숨졌고, 해당 남성은 강연 참석자들에게 제압됐으나 이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중증 정신질환 판정을 받은 적이 있으며, 특히 바이체커 가문에 대한 ’일반적 혐오 망상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용의자가 바이체커 전 대통령이 정계 입문에 앞서 1960대에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 이사회에서 했던 역할에 대해 조사해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프리츠의 부친 바이체커 전 대통령(2015년 타계)은 서독 대통령(1984~90년)과 통일 독일의 초대 대통령(1990~94년)을 지낸 인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 가운데 1명으로 꼽힌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특히 서독 대통령이던 1985년 2차 대전 종전 제40주년 기념 연설에선 “과거에 대해 눈을 감은 자는 현재도 보지 못한다”며 나치 독일의 과거사 책임을 언급,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바이체커 본인이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데다, 그 부친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전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이후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수차례 한국을 다녀갔으며, 김 전 대통령 또한 바이츠체커 전 대통령에게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프리츠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바이체커 가족에게 끔찍한 순간”이라며 애도를 표시했다고 슈테판 자이베르트 총리 대변인이 전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FDP) 대표는 숨진 프리츠가 FDP 당원이자 동료였다며 “우린 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슬픔을 나타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