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문재인 정부에 주요 국정 방침 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이틀째에 접어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전날에 이어 청와대와 국회를 오가며 ‘동분서주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필사즉생’의 각오와 결의를 거듭 다졌다.
앞서 황 대표는 전날(20일)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선언한 뒤 늦은 오후 국회로 돌아와 긴급히 설치한 천막에서 밤을 보냈다. 한국당은 당초 청와대 앞을 황 대표의 단식 농성 투쟁 장소로 선정했지만 경호상의 이유로 농성 천막 설치가 무산된 탓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천막설치 불허 등 현실적 이유와 여론전의 효과 극대화 등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 주력하자는 의견도 당내에서 있지만 지소미아 문제가 촉박한 만큼 당분간은 이 같은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 대표가 이러한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투쟁의 타깃(문재인 대통령)과 명분(국정대전환 촉구)을 확고히 설정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을 상대로 지소미아 종료 철회 외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다만 황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한 명분과 시점을 두고 당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강행군’이 계속될 경우 오히려 당내 반발과 정치적 부담감만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정기국회 원내투쟁력 분산, 정국 경색 지속, 보수 통합·쇄신 작업 차질 등 다양한 우려에 더해 당직자들의 실무 부담과 혼선 가중 등 실무적 문제들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황 대표가 단식 과정에서 의미있는 성과나 여론의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당내에서부터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 대표의 단식이 오히려 국정 개혁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여야 협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한국당밖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실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황 대표의 단식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민들께서 황 대표의 단식을 당내 리더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뜬금포 단식’이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개혁 저항 단식, 개혁 저항 농성이다”라고 했다.
당내 쇄신 요구가 분출되고 보수 통합 논의가 일고 있는 국면에서 관심의 초점이 ‘황교안 단식’에만 쏠려 보수 통합을 위한 동력과 명분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수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결단이기 때문에 폄훼해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쇄신의 요구를 오히려 막거나 통합 논의 (를 가로막는 것으로) 작용한다면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