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제외된 것을 계기로 오히려 영향력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
현지에서 ‘그래미 어워즈’를 운영하는 미국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NARAS)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 포브스는 20일(현지시간) ‘BTS의 2020년 그래미 불발이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의 맹점을 드러내다’는 제목으로 ‘그래미 어워즈’의 이번 시상식 후보 선정을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래미 어워즈가 문화적 사각지대를 드러나며 여전히 한방향으로 매몰돼 있다고 분석했다. “백인이 아닌 음악가는 R&B 또는 랩 등 다른 장르 카테고리로 치부돼왔다”면서 “주관적이다. 산업적인 정치 논리, 포퓰리즘로 의사 결정을 하는 구식”이라고 비판했다.
‘올해의 레코드’ 등 주요 부문이 아니더라도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월드뮤직 앨범’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고도 덧붙였다.
그래미 어워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세 시상식 중 음악적인 귄위를 가장 인정 받고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한 만큼 ‘그래미 어워즈’까지 휩쓸며 미국 대중음악시상식 ‘그랜드슬램’을 달성할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작년에 ‘그래미 뮤지엄’이 주최하는 행사에 한국 가수 최초로 참여했고, 올해 초 ‘그래미 어워즈’에 시상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그래미 어워즈’는 끝내 방탄소년단에게 문을 열지 않는 옹졸함을 보였다.
보수적인 미국 대중음악계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지는 그래미 어워즈는 전통적으로 백인이 주류가 아닌 음악에 인색했다. 힙합 등 흑인 음악을 홀대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작년에 철저하게 배제당한 힙합 가수 제이지, 과거 제이지의 아내인 비욘세가 ‘레모네이드’라는 수작 앨범을 만들었음에도 지난해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아델에 밀려 주요상을 휩쓸 지 못했던 상황 등이 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이번 ‘그래미 어워즈’ 84개 카테고리 어느 부분에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것에서 보듯 여전히 보수적인 색채는 지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음악매체 ‘롤링스톤’은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들지 못했다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K팝이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됐음에도 그래미 어워즈는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고 썼다. 특히 “그래미 어워즈가 K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현 음악산업 시장의 흐름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CNN,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은 “그래미가 후보에서 방탄소년단을 뺀 이후 팬들이 화났다”며 소셜 미디어에서 그래미 어워즈에 불만을 토로하는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의 반응을 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맵 오드 더 솔 : 페르소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피처링한 미국 팝스타 할시는 트위터에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의)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노미네이트 될 만했다. 그렇지만 방탄소년단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지 않다. 미국은 전체 움직임에 멀찌감치 뒤쳐져 있다. 때는 온다”고 썼다.
다만 할시가 짚은 것처럼 방탄소년단이 이미 세계 팝시장의 주류로 들어온 만큼, 머지 않아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들고 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해외 팝 공연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현지에서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워낙 반응이 폭발적이라 철옹성 그래미도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제62회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1월26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펼쳐진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