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동아일보DB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최근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들이 외래 진료비 부담 때문에 퇴원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요양병원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을 때 요양급여의뢰서가 없으면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이 시행되면서다. 의뢰서가 있어도 우선 진료비를 전액 내야 한다. 이 진료비 중 환자가 부담하는 5%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신이 입원한 요양병원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이전에는 없어도 됐던 수백만 원이 필요해졌다. 이 부담을 지기 어려운 환자들이 요양병원을 나간다.
건강보험 혜택은 그대로인데 왜 절차만 까다로워졌을까. 정부는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은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도 자신이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걸 알리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요양병원 입원과 외래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중복 지급되는 일이 많았다.
정부가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은 칭찬할 일이다. 다만 장기간 비싼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 환자의 사정을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최근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환자 30여 명이 원치 않게 퇴원했다.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면 예전처럼 본인부담금 5%만 내고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올 6월 보건복지부가 시행규칙을 개정했을 때 이런 혼란은 예상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제도가 시행돼 암 환자들의 반발이 커진 뒤에야 암 치료를 위한 외래 진료는 예외로 하겠다는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은 취지가 좋더라도 디테일이 부족하면 환영받기 힘들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보건의료정책은 더욱 그렇다. 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인 암 환자와 가족들이 ‘유전(有錢)입원, 무전(無錢)퇴원’을 외친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