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12년 남해도에 장기간 머물며 어촌 문화를 조사했다. 정치망에서 잡힌 부시리는 위판장으로 갈 것도 없었다. 방어는 무리를 짓는 반면에 부시리는 연안에서 홀로 지내거나 작은 무리를 짓기에 많이 잡히지 않는다. 어획된 부시리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주민들은 앞다퉈 사 갔다. 주민들은 방어보다는 부시리를 높게 쳤다. “부시리는 사시사철 맛있지만, 방어는 여름에는 기생충(방어사상충)이 있어서 개도 안 먹고, 겨울에는 너무 기름져 맛이 없다”고 했다.
남해도가 고향인 필자조차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두 어종의 생김새 차이를 물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노란색 측선의 짙음과 옅음 혹은 몸통의 둥그스름한 정도로 판별한다고 했다. 두 종류를 직접 비교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주관적인 기준이었다. 심지어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방송과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겨울 대방어 바람이 불었다. 겨울 별미, 보양식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수요가 늘면서 품귀 현상까지 생겼다. 가격이 상승했다. 평소에는 부시리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만, 겨울이 시작되면 역전된다. 부시리를 방어로 속여 파는 일이 빈번해졌다.
방어는 봄, 여름에 동해로 북상하고, 가을부터 겨울에는 남쪽으로 돌아와 제주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겨울철 제주도 연안에서 잡는 방어는 크고 살이 단단해 맛있다. 지금부터 2월까지가 방어 제철이다. 요즘은 바야흐로 방어가 대세다. 일종의 유행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유행을 따를 필요는 없다. 겨울철, 기름진 맛을 좋아하면 방어를, 담백한 식감을 선호하면 부시리를 찾으면 된다. 속아서 먹는 게 아니라면, 맛의 우열을 가릴 일은 아니다. 대방어가 유행하기 전 부시리가 더 고급 어종으로 인식되었다. 맛도 유행한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