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수도권 전철 82%만 운행… “출퇴근 너무 힘들어” 시민들 한숨 “버스가 오나, 지하철이 오나”… 두 파업 겹친 고양 주민들 분통 서울 출장 KTX 이용객도 발동동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 이틀째인 21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승강장 모습. 파업으로 열차 운행 간격이 벌어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퇴근길 시민들이 승강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1일 오후 5시 반경. 서울 강남구 지하철 분당선 강남구청역 승강장. 한 스크린도어 앞엔 35명의 승객이 줄을 서 지하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 인근에서 일을 마치고 열차를 기다리던 한영지 씨(24·여)는 “매번 이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줄이 긴 건 처음 본다”며 “(철도노조 파업으로) 출퇴근길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 이틀째인 21일 전체 열차 운행률이 평시 대비 74.8% 수준(오후 4시 현재)으로 떨어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열차 운행 간격이 벌어지면서 직장에 지각하는 시민이 속출했다. 승강장의 줄도 평소보다 훨씬 길어져 시민들은 이미 ‘콩나물 지하철’ 상태로 도착한 열차에 몸을 밀어 넣어야 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열차 운행률은 수도권 광역전철이 평시의 82.4%, 고속철도(KTX) 70.9%,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63.3%, 화물열차 28.6%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수도권 광역전철은 서울지하철 1·3·4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경강선, 수인선 등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타고 출근하는 김모 씨(32)는 “분당선 열차를 탈 때 평소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 스크린도어가 열렸다 닫혔다를 10번이나 반복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회사에 지각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안양역 인근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이상준 씨(46)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로부터 ‘열차 운행이 지연돼 제때 도착하기 어렵다’며 파업 때문에 늦는 것이니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 달라고 하는 문자메시지를 여러 통 받았다”고 말했다.
KTX 이용객들도 열차가 취소돼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불편을 겪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김모 씨(48)는 21일 열차표를 구하지 못해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업무 회의에 1시간 가까이 늦었다. 김 씨는 “아침에 KTX 역사에서 직접 발권하려 했지만 전부 ‘매진’ 상태였다”며 “급히 고속버스를 타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했다.
철도노조는 현행 3조 2교대 근무 방식에서도 실질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다며 “노조 요구대로 하면 현재 주 39.3시간에서 주 31시간으로 줄어든다”는 국토교통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철도노조는 “현재 3조 2교대는 주간-주간-야간-야간-비번-휴무 등 6일 주기로 순환하기 때문에 주별 노동시간이 상이하다”며 “한 달에 3∼4주는 45시간 이상씩 일하고, 나머지 주는 그보다 적게 일하는데 인력 부족으로 휴일 대체업무 부여 시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21일 철도노조는 파업 대체 인력으로 군 인력을 투입한 것은 불법이라며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양=구특교 kootg@donga.com / 유원모·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