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균’ 가진 쥐 벼룩이 주범… 호흡기 통한 감염률 매우 낮아 “중국서 전파될 가능성 없지만 항생제 100만 명분 확보해 둬”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항생제만 있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1] 의사가 림프절 흑사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진찰 중인 모습. [2] 흑사병 항생제로 쓰이는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젠타마이신’. [3] 항생제 ‘시프로플로사신’. 미국 CDC·위키피디아 제공
최근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흑사병균이 공기로 전염돼 바람을 타고 감염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여기에 ASF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으면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소문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흑사병이나 ASF의 확산을 예의 주시해야 하지만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흑사병균이 공기로 전염된다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사람 간 호흡기를 통해 전염이 가능하려면 흑사병 환자가 기침을 할 때 1.8m 이내 거리에서 직접적이고 가까운 접촉이 발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핵이나 홍역 바이러스처럼 공기 중에서 수십 m 퍼지는 ‘공기감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흑사병이 공기로 전염됐다면 확진 환자가 3명이 아니라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흑사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주요 경로는 페스트균을 갖고 있는 쥐나 벼룩에게 물렸을 때다. 흑사병균에 걸린 쥐 등 설치류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사람을 물거나 감염된 개, 고양이 등 소형 포유동물의 체액 및 혈액 접촉, 섭취를 통해 흑사병에 걸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11월 14일 국제학술지 ‘신흥감염질환’에 발표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D)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내에서 흑사병에 걸린 환자 482명 중 258명이 동물과의 접촉으로, 104명은 쥐나 벼룩에게 물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나머지 120명은 벼룩에게 물렸지만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흑사병 예방 백신은 없지만 항생제는 있다. 흑사병이 국내에 상륙하더라도 약 100만 명분의 흑사병 항생제가 확보돼 있다. 김 교수는 “항생제를 24시간 혹은 48시간 이내에 쓴다면 흑사병 사망률은 현저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ASF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설명에 따르면 ASF는 동물이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ASF에 걸린 돼지를 먹더라도 안전하다는 의미다. 인수공통전염병은 결핵, 조류인플루엔자,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10개다. ASF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 중 ASF에 감염된 돼지는 없다. 감염된 돼지는 전량 살처분 및 매몰 처리한다. 또 섭씨 70도에서 30분 이상 열을 가하면 바이러스 또한 사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