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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 치사율 100% 옛말… 24시간내 항생제로 치료”

입력 | 2019-11-22 03:00:00

‘페스트균’ 가진 쥐 벼룩이 주범… 호흡기 통한 감염률 매우 낮아
“중국서 전파될 가능성 없지만 항생제 100만 명분 확보해 둬”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항생제만 있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1] 의사가 림프절 흑사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진찰 중인 모습. [2] 흑사병 항생제로 쓰이는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젠타마이신’. [3] 항생제 ‘시프로플로사신’. 미국 CDC·위키피디아 제공

국내에서 흑사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흑사병 환자가 중국에서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흑사병균이 국내로 유입되는 게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다.

최근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흑사병균이 공기로 전염돼 바람을 타고 감염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여기에 ASF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으면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소문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흑사병이나 ASF의 확산을 예의 주시해야 하지만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흑사병균이 공기로 전염된다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사람 간 호흡기를 통해 전염이 가능하려면 흑사병 환자가 기침을 할 때 1.8m 이내 거리에서 직접적이고 가까운 접촉이 발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핵이나 홍역 바이러스처럼 공기 중에서 수십 m 퍼지는 ‘공기감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흑사병이 공기로 전염됐다면 확진 환자가 3명이 아니라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공포감이 확산된 이유는 중국 네이멍구에서 이달 12일 확진 환자 2명이 처음 발견된 뒤 17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확진 환자 1명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가 확진 환자는 기존 확진 환자와 만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2명은 폐렴형 흑사병, 추가 확진 환자는 림프샘 흑사병이란 점도 달랐다.

통상 흑사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주요 경로는 페스트균을 갖고 있는 쥐나 벼룩에게 물렸을 때다. 흑사병균에 걸린 쥐 등 설치류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사람을 물거나 감염된 개, 고양이 등 소형 포유동물의 체액 및 혈액 접촉, 섭취를 통해 흑사병에 걸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11월 14일 국제학술지 ‘신흥감염질환’에 발표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D)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내에서 흑사병에 걸린 환자 482명 중 258명이 동물과의 접촉으로, 104명은 쥐나 벼룩에게 물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나머지 120명은 벼룩에게 물렸지만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흑사병 예방 백신은 없지만 항생제는 있다. 흑사병이 국내에 상륙하더라도 약 100만 명분의 흑사병 항생제가 확보돼 있다. 김 교수는 “항생제를 24시간 혹은 48시간 이내에 쓴다면 흑사병 사망률은 현저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ASF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설명에 따르면 ASF는 동물이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ASF에 걸린 돼지를 먹더라도 안전하다는 의미다. 인수공통전염병은 결핵, 조류인플루엔자,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10개다. ASF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 중 ASF에 감염된 돼지는 없다. 감염된 돼지는 전량 살처분 및 매몰 처리한다. 또 섭씨 70도에서 30분 이상 열을 가하면 바이러스 또한 사멸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