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양국 기업-국민 성금 ‘1+1+α’안 최근 일본측에서도 긍정적 신호… 지소미아 대화때 접점모색 가능성 국내 피해자 동의 여부가 변수… 靑, 지속적 만남 통해 의견수렴
문희상 국회의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갈등의 핵심이자 원류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의 해법도 마련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일 정부는 이날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합의하면서 강제징용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해법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이 나왔고, 이날 극적인 결정이 나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의장이 제시한 해법은 이른바 ‘1+1+α’ 안으로 한일 양국 기업과 역시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을 마련해보자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징용 피해자에게 이 돈으로 마련될 기금에서 위자료가 지급될 경우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신 변제되는 것으로 보고, 민사적으로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해 논란을 종결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다. 문 의장은 이 안과 관련해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이를 놓고 대놓고 싫다는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한일 양측에서 들어볼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내놓은 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가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그리고 한국 정부의 8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결국 징용 문제가 풀려야 지소미아, 수출규제 이슈가 해결될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한국 인사들과 만나 “지소미아 사태는 기본적으로 징용 문제라는 한일 간 역사 이슈가 경제 문제로, 더 나아가 안보 이슈로 발전한 것으로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 의장 안에 대해 피해자들이 동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징용 피해자들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청와대도 피해자들과 계속 만남을 가지고 소통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문 의장의 안은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것은 아니다. 문 의장이 낸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문 의장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문 의장 제안 중에는 ‘한 번 배상을 받은 사람은 다시 배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 정부에는 유리한 부분이지만 피해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27일 국회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관련 법안을 제출했던 여야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