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기사 같은 프리랜서 노동자 급증하고 무인 계산대-크레인 도입에 노사갈등 심화 전례 없는 고용 변화와 혼란 일어나고 있어 독일은 노사정 합심해 4차 산업혁명 대비중 우리도 선제 대처로 사회 발전 계기 삼아야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일과 고용의 형태는 인류 역사의 변천과 더불어 늘 다양한 모습을 띠며 진화해 왔지만, 21세기에 다다른 지금 전례 없는 큰 변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기술의 진보와 세계화의 진전과 이에 따른 반작용, 그리고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일과 고용의 큰 변혁을 가져오는 주된 원인이다. 일과 고용이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온 만큼 이 변화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첫째, 미래 사회에서는 직장인의 개념이 희미해지며 비정형 고용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의 장기고용과 직장인이라는 개념은 사실 불과 100여 년 전에 생겨난 것이다. 그전에는 기술자와 장인들이 한 일에 대해 대가를 받는 경제 활동이 일반적이었고, 임금근로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20세기 들어 임금노동이 보편화되고 역사상 최초로 대부분 성인의 노동 활동이 고용을 통해 이뤄지게 돼 생애 대부분을 피고용인으로 보내는 장기고용과 직장인이라는 개념이 대두됐다. 21세기에는 수송 수단과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급속한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무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이 고용유연성을 중시하면서 정규직이 줄어들고 단기계약직, 파견직, 용역직 등 비정규직과 대리기사, 우버 기사 등 자영업자와 피고용인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특수고용직의 수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결국 노동자와 직장 간 밀착도가 다시 감소하고 피고용인보다는 프리랜서형 노동자가 노동시장을 주도하는 100여 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비정형 고용의 급격한 증가는 그동안 정규직 피고용인을 가정하여 구축된 우리나라의 노동법 및 사회복지체계와 맞지 않아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정규직 감소로 인해 중산층이 줄어들어 사회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과 고용의 변혁은 국가와 기업, 노동조합, 개인 모두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겠지만 선제적으로 잘 대처하면 국가와 사회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계기이기도 하다. 독일은 이러한 미래의 일과 고용에 대해 가장 충실히 대응하는 국가 중 하나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이 일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대비하기 위해 노사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교회, 학교까지 나서 함께 논의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의 노사정과 정치권이 이런 급격한 일과 고용의 변혁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려스럽다. 노사정과 여야 모두 눈앞의 이익에 몰두한 투쟁과 반목, 정쟁에서 벗어나 국가적인 과제의 해결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통한 장기적이고 전향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