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마멀레이드의 ‘Reflections Of My Life’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코틀랜드 출신의 마멀레이드의 유일한 히트곡인 ‘Reflections of my life’는 촌스럽게 통통거리는 베이스와 3도 화음 덕분에 제 선배들과 친구들의 애창곡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노래 전주의 물먹은 베이스가 울리면, 제 머릿속엔 바보일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기, 어설펐기에 흉터 혹은 흉측한 문신으로 간직된 사랑, 실수와 잘못된 선택들로 후회스러웠던 순간 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백사진들의 슬라이드 쇼가 시작됩니다. 고통스러운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이상한 노래죠.
“이 세상은 몹쓸 곳이지만, 죽어버리고 싶지만, 난 그럴 용기가 없어. 슬픈 미래를 예견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절망하지만, 비슷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들이 보이잖아? 어쩔 수 없어! 지금의 내 현실의 모든 것을 바꾸고, 변화시켜서, 더 늦기 전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해.”
우리가 좀 더 잘 살고 싶다면 남 탓을 하거나 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①나를 괴롭히거나 방해하는 근본적 원인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린 맨날 그 원초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 다음은 ②내가 다다르고 싶은 목적지를 정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목표에 다다르는 길을 계획하고 그 중간의 단기적 목표들을 설정해야죠. 그러려면 ③내 장단점들 혹은 한계점들을 인식하고 수긍해야 합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이죠. 그 고통을 최소화하려면 자신의 삶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써야 하죠. ④고정관념과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면 안 됩니다. 진정 자신을 돌아본다면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해오던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고정관념을 깰 안전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한다면 자신을 가두던 알을 깨고 나오는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⑤이런 성공적인 과정의 반복은 자신감 향상, 자아상의 긍정적 변화, 발전에 대한 열정, 더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촌스러운 마멀레이드의 베이스가 둥둥거릴 때, 가을이 깊어갈 때,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늦기 전에 변화를 시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