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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에 10시간 카톡 진료’ 태아 사망에 민형사 엇갈린 판결…형사 2심은?

입력 | 2019-11-23 08:04:00

© News1DB


10시간 동안 산모를 방치하고 카카오톡으로 분만촉진제 투여를 지시한 의사의 행위와 태아의 사망 사이에 법률상 인과관계가 인정될까. 형사재판 1심에서는 두 요인 사이에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의사 이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5년 1월 임신 9개월이었던 A씨는 진통을 느끼자 주치의 이씨의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가 최종분만까지 임신부를 책임지는 책임분만제를 도입했던 병원 측은 당시 병원에 없던 이씨에게 A씨의 입원 사실과 자궁이 열린 정도, 진통 세기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렸다.

이씨는 A씨의 입원 사실을 알게 된 오전 6시20분께부터 오후 4시께까지 10시간 동안 병원에 오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간호사에게 유도분만제 옥시토신 투여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아기는 이씨가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났지만, 출생 직후 울음이 없고 호흡이 불규칙해 바로 대형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입원치료도 받았지만 결국 3개월만에 사망했다.

이씨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혐의(사문서위조)도 받는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는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 이모씨의 결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씨 측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뿐만 아니라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사문서위조 혐의의 경우 간호기록지에 다양한 필체가 있어 이씨 혼자 조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죄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이씨의 민사소송 판결 이후 피해자에게 일정부분 보상한 점, 인과관계가 없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검찰은 “당시 산모가 몇시에 병실에 왔는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은폐를 한 것은 태아의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엄청난 범죄행위”라며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서만 기존의 양형을 유지하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다시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1심은 감정결과 등 증거를 토대로 이씨의 의료행위와 태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심은 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사문서위조 혐의에 관해서만 이씨에게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월5일 이씨를 상대로 항소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와 반대로 민사소송에서는 의사 이씨의 행위와 태아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지난해 12월27일 A씨와 남편이 이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는 1·2심 모두 이씨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A씨와 남편에게 1억59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2심 민사재판부는 Δ경과관찰 주의의무 위반 Δ분만촉진제 투여 과정에서 과실 Δ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및 수사기관에 허위 진료기록부 제출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Δ출산은 예상 외의 결과발생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인 점 Δ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이 신생사 신경질환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이씨의 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만일 2심에서도 이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무죄로 인정된다면 이씨의 과실에 대한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결론은 달라진다.

형사재판은 징역형 등 자유를 구속하는 형벌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지만, 민사는 이보다 낮은 정도의 인과관계만 밝혀지면 인정된다. 이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자백한다고 해도 바로 인정되지 않으며 증거물, 증인신문을 통해 범죄 사실을 철저하게 증명하게 된다. 반면 당사자들의 분쟁해결이 목적인 민사재판에서는 사건당사자들의 자백만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

수도권지역 한 판사는 “보통 형사재판의 결과를 보고 민사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며 “재판진행 절차, 증거의 종류와 양에 따라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결론이 다른 경우도 꽤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