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 결정으로 양국이 파국을 피하자 미국 의회 고위인사들이 환영의 뜻과 함께 협정의 장기 갱신을 촉구했다. 미국 행정부도 연장 결정이 한일 간 수출규제 논의 진전 등 조건과 상관없이 사실상 갱신된 보고 후속조치를 밀어붙여 이젠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원 외교 및 군사위원회 지도부는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과 관련해 어렵지만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에 고무돼 있다”며 “이 핵심적인 협정의 유지는 동맹 및 양자 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 군사위원회의 제임스 인호프 위원장과 잭 리드 민주당 간사는 이어 “한국과 일본은 외교와 경제, 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며 “한국이 이 협정의 장기 갱신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건부로 걸린 한일 간 무역 분쟁이 조속히 해결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협정의 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협상의 물밑 중재에 관여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즉답을 피한 채 “무역 분야에서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재에 나서는 과정에서 일본 측을 압박했고, 수출규제 관련 논의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와 약속을 이끌어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지소미아 연장 결정과 수출규제 조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대의명분이 필요한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 담당 부차관은 VOA에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면서 일본의 긍정적 행동이라는 모호한 조건에 기초한 조건부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본질적 갈등 요소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미국은 양 측의 다른 셈법을 면밀히 지켜보며 유연한 대응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양 측이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권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