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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댓글 숨기기’[횡설수설/송평인]

입력 | 2019-11-25 03:00:00


인류가 말을 사용한 지는 수십만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살인을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대화의 기법을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일상에 등장한 지 겨우 반세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터넷에서의 대화 기법을 발전시키는 것은 인류에 주어진 새로운 숙제다.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다른 점은 익명이 디폴트(기본) 상태라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익명 속에 숨어있다 보면 악의적인 말을 하기가 더 쉬워진다. 인터넷 시대에서도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면서 악플은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SNS 중 하나인 트위터가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댓글 숨기기(hide reply)’ 기능을 추가해 22일부터 적용했다.

▷개인이 악플에 대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 댓글을 보지 않는 것이다. 쉽다고 써놓고 보니 어폐가 있다. 사실 댓글을 보고 싶은 호기심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시청자 반응에 민감한 연예인들은 악의적인 댓글에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또 댓글을 보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국내 카카오(포털 다음 포함)의 경우 연예인 설리의 자살 이후 연예 뉴스 기사에는 댓글을 차단했다. 댓글은 인터넷에서 체류시간과 접속 횟수를 늘려주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손해를 감수한 카카오의 조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네이버와 비교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트위터의 ‘댓글 숨기기’는 댓글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트윗을 날린 사람이 자신의 트윗에 달린 댓글을 본 뒤 그 댓글이 보기 싫으면 스스로의 결정으로 댓글을 숨기는 기능이다. 댓글을 보는 것 자체를 막거나 댓글을 본 뒤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래도 악의적이거나 귀찮은 댓글을 다른 사람들까지 보게 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 차단에 비하면 부드러운 댓글 관리법이다.

▷국내에서 2007년부터 적용된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의 차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도 범죄적인 악플이 아닌 일상적인 악플을 거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해외에 기반을 둔 SNS는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아 국내에만 적용되는 실명제가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인터넷에서 실명제가 과연 바람직한지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SNS의 목적이 소통인 한 SNS만 발전시킬 게 아니라 SNS에서의 원활한 소통에 필요한 대안의 에티켓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