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피구 클럽은 이러한 여러 형태의 피구세 가운데 지구온난화의 대응 전략 중 하나로 거론되는 ‘탄소세’를 지지하고 연구하는 사람의 모임이다. 이렇게 우리는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증가를 사용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는 콘셉트를 상당히 오랫동안 갖고 있었지만 조세저항 때문에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지난해 11월 프랑스를 휩쓸었던 노란 조끼 시위대의 발단도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가 도입한 탄소세 성격의 유류세 인상이었을 정도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문제만큼 어렵다.
최근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탄소세를 적용하려는 정책을 발표하였지만 국민 저항에 맞닥뜨렸다. 캐나다의 탄소세는 1t에 20캐나다달러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50달러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저항에 트뤼도 행정부는 탄소세로 걷은 세금을 정부가 사용하지 않고 개인에게 리베이트 형태로 돌려주겠다는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한다. 1년간 걷은 탄소세를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분배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개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겠다는 발상이다. 실제 이러한 경제적 이익을 통해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 또한 이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기 단가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다고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천연가스 열병합 방식으로 44%, 신재생에너지로 38%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은 싸지만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석탄 화력은 1%뿐이다. 하지만 실제 가구당 전기요금 부담은 40위로 미국 평균 이하 정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기요금이 비싸지니 사람들이 전기를 아끼고 또한 전기제품을 구입하거나 집을 지을 때 전력효율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되는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도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생산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이다. 불필요한 비용 상승은 막아야겠지만 어느 정도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며, 이를 개개인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세심한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