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닷새째던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전광판에 파업으로 인한 일부 열차 운행 중지 정보가 안내되고 있다. 2019.11.24/뉴스1 © News1
“파업 끝났다고요? 파업기간처럼 지하철이 20~30분씩 지연되는 일이 없을테니 다행인데…본인들(철도노조)은 얻는 게 있겠지만 시민의 발을 담보로 잡는 느낌은 들죠.”
하모씨(49)는 25일 오전 8시쯤 용산역에서 <뉴스1>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철도 파업으로 며칠간 불편을 겪은 탓에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출근길에 나선 하씨는 “사정이 있겠지만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며 서둘러 회사를 향했다.
전날(24일) 밤 10시 발효된 한파주의보로 한겨울 추위와 맞닥뜨린 월요일 출근길 시민들은 이날 오전 7시쯤 밤샘 협상 끝에 극적으로 철회된 철도파업에 반색했다. 연이어 취소되는 KTX 등 열차와 지하철 지연에 발을 동동 굴렀던 시민들은 협상이 잘 마무리돼 더이상 불편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음을 서두르던 직장인과 2020학년도 수시, 논술고사를 위해 철도를 이용해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한시름을 덜게 됐다.
그러나 파업철회 결정이 출근시간대 이후에 내려졌기 때문에 월요일 아침 출근길 불편은 막지 못했다.
추위 때문에 두툼한 옷차림을 한 이모씨(32)는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탓에 이른 아침 용산역을 찾았다. 그는 평소보다 30분 이상 일찍 집을 나섰고, 지하철 배차가 늦어지면서 어렵게 예매한 기차도 놓칠 뻔 했다. 이씨는 “철도노동자의 연봉이 높은 것으로 아는데 매번 파업 반복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용산역 인근이 직장인 조모씨(45)도 이날 아침 평소보다 20분 가량 이른 출근길에 나섰다. 조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고, 전철 배차간격이 길어져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월요일마다 전남 나주로 출근 중인 회사원 박모씨(51)는 서울역에서 스마트폰 코레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새로고침’을 반복하면서 열차표를 구했다. 그는 “오전 7시40분 열차를 타야 하고, 다음 차편은 10시25분이기 때문에 매주 티켓을 미리 예매해놔야 하는데 (다음주) 출근길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은 “어머니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열차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입석도 없는 탓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1시간여 뒤에 출발하는 천안행 열차를 방금 겨우 예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철도파업 사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취업준비생으로, 서울에 면접을 보러 온 권모씨(26)는 “친구들도 파업으로 서울에 하루 미리 와 숙박업소에서 생활을 하는데, (다들) 불편해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정모씨(60)도 “노동자에게 파업의 권리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공공의 성격을 띤 철도의 경우 파업 요건이 더 강화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의 부담만 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철도노조가 사실상 역대 최단기간인 6일만에 파업을 접은 것은 철도파업으로 발이 묶인 서민들의 불편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역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험생의 수시면접기간과 맞물린 철도파업은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통합대상으로 여겼던 SRT의 위상만 높여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 안팎에서도 한·아세안 회담이 열리는 25일 오전 파업이 마무리돼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철도노조는 부산 아세안 회의장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