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 / 동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아이디어 농업으로 성공한 3인
전대경 미듬영농조합 대표가 모종 심기 작업을 하면서 웃고 있다.
요즘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한다. 농촌의 자원을 활용한 제조·가공의 2차 산업과 체험·관광·서비스 등 3차 산업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농촌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의 융합을 통해 농촌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가공 제품과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농촌에 활력이 생겨났다. 농사일은 더 이상 힘든 노동이 아니라 전략적 비즈니스라는 점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3개의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경기 평택시에서 3대째 쌀농사를 짓고 있는 전대경 미듬영농조합 대표는 이른바 쌀 전문가다. ‘압축팽화를 이용한 곡물과자 제조방법’, ‘쌀 분말을 이용한 영양쌀 제조법’ 등의 특허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도 노리고 있다. 백미, 밀가루 등 정제된 곡물을 많이 섭취하는 미국인의 입맛을 고려했다. 씹을수록 고소한 현미가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라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유기농 현미로 만든 라이스롤을 개발했다. 이 라이스롤은 미국 내 대형 할인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국 수출액만 연간 70억 원에 이를 정도다.
전 대표는 “스타벅스와 협약을 맺고 미국 수출도 활기를 띠면서 우리 농산물 가공 제품이 세계에 통한다고 자부하게 됐다. 앞으로도 품질을 더 높여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리산 피아골로 널리 알려진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의 이장은 올해 33세의 젊은 여성이다. 김미선 지리산피아골식품 대표. 김 대표는 8년 전 전국 최연소 마을 이장이 됐다. 현재는 지리산 피아골의 상징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의 또래 친구들은 입사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해 몰두했다. 반면 김 대표는 농촌을 ‘성장 가능성’이 큰 기회의 땅으로 여겼다.
김미선 지리산피아골식품 대표가 장을 담그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리산피아골 식품의 대표상품은 프리미엄 장이다. 국내산 콩을 엄선해 메주를 만들었다. 여기에 100% 고로쇠 수액을 써서 프리미엄 장을 완성했다. 이 제품은 전통식품 인증 및 품질위생인증, 국제 인증을 취득했다. 2015년부터는 미국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김 대표는 사업도 다각화했다. 식품 사업에 그치지 않고 고로쇠 채취, 산나물 캐기 등 피아골의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 이를 통해 연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피아골을 찾도록 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경남 하동군에 있는 에코맘 산골이유식은 친환경 이유식을 생산한다. 하동 지역의 유기농 쌀 농가, 과수 농가, 축산 농가의 농산물 90여 종을 수매해 100% 친환경 원재료로 330여 종의 영유아 가공식품을 만든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장했다.
오천호 에코맘 산골이유식 대표가 재료를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제공
에코맘 산골이유식은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2012∼2017년에 5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취약 가정과 다문화가정에도 이유식을 기부했다. 농업인 자녀에게는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농업 인재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경남 지역 대학을 졸업한 인력에 우선 채용 기회를 제공한다. 매년 30회 이상 청년농 창업교육, 농업인 대상 창업 멘토, 귀농인 교육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오 대표는 “에코맘 산골이유식은 지역 주민과의 공존으로 성공했다. 현재 40억 원 정도인 매출을 장기적으로 3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