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A. 경제활동을 하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미래를 위해 예금을 하거나 채권,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 투자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은 자국(自國) 혹은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을 보유하게 됩니다.
한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해외 금융자산을 꾸준히 늘려 왔습니다. 그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여겨집니다. 먼저 가계는 기대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늘려 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해 개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모으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축된 돈은 국내 연기금,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으로 모이게 되며 이들 기관은 자산 분배 차원에서 국내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해외 금융자산 매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상수지가 오랜 기간 흑자를 보인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말은 한국이 외국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수입) 데 지출하는 돈보다 외국에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수출)하고 대가로 받은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가계가 돈을 벌어 필요한 지출을 하고 남은 돈을 저축하듯이 국가 경제도 외국과 거래하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경우 해외 금융자산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한편 정부는 남은 돈 중 일부를 외환보유액 등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미 달러화 같은 외화가 부족할 때 준비자산을 이용해 외화 부족 문제를 완화합니다. 2019년 10월 말 기준으로 한국이 보유한 준비자산은 4063억 달러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보유한 해외 금융자산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기 전에 이 기업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볼 겁니다. 만일 이 기업이 과도하게 많은 빚을 갖고 있다면 은행은 대출하기를 꺼릴 것입니다.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이 많으면 국가 신뢰도가 낮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금융자산을 많이 갖고 있으면 신뢰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 금융자산을 꾸준히 늘려온 결과 2014년부터 외국에 지급해야 할 금융부채에 비해 외국으로부터 받을 금융자산이 더 많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높여 외국이 안심하고 국내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해외 금융자산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한국 원화는 미국 달러화와 같은 기축통화(세계시장에서 결제 수단의 중심이 되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부터 원유와 같은 상품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 외화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외화의 안정적 공급은 원활한 대외 경제활동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가계에서도 긴급하게 현금이 필요하다면 보유한 금융자산을 팔아야 하듯 국가도 해외 금융자산을 팔아 필요한 외화를 조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시기일수록 해외 금융자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 외국은 한국에 투자된 돈을 대규모로 회수할 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는 외화를 쉽게 빌려주지도 않습니다. 이럴 때 충분한 해외 금융자산은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