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어제부터 이틀 일정으로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2009년과 2014년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 회의는 올해가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깊다. 첫날인 어제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최종 타결됐다. 한국과 동남아 주요 기업인 700여 명이 참석한 ‘CEO 서밋’에는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6개국 정상이 자리를 함께해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으로 수출이 11개월째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은 교역 다변화를 위해 이번 회의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9위의 무역 대국이지만 교역 대상이 미중일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특히 한국의 무역 1위 상대국인 중국은 전체 수출의 25%, 수입의 20%를 차지한다. 미중의 무역갈등으로 미중 당사자들보다 한국이 더 직격탄을 맞은 이유다. 일본은 전체 수입의 10%를 차지하는데 반도체 등 일부 첨단 소재·부품·장비는 80∼90%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정치·경제 연합체인 아세안은 한국 교역구조의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총 인구 6억5000만 명에 국내총생산(GDP) 2조9000억 달러(약 3410조 원)의 거대 시장인 데다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해 글로벌 생산기지로도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모두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외교적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