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보도후 공개 ‘늑장’ 논란 ‘韓-아세안 회의 고려 상황관리’ 의혹… 일각선 “北선원 추방때처럼 北 의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도 남단의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백령도 남동쪽 남북 접경지대에 있는 이 부대를 방문해 사격 지시를 내렸다고 25일 보도했다. 국방부는 이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북한의 해안포 발사가 9·19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군 당국이 북한 매체가 25일 보도하기 전까지 23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창린도 방어대 방문과 포 실사격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앞서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한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 뒤늦게 공개된 것처럼 이번에도 북한을 의식해 관련 사실 공개를 주저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군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은폐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군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과 포 사격 동향 파악 과정에서 포착된 특수정보(SI)의 보안을 우려해 (사전에 포사격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정보는 대북 감청정보를 의미한다. 이를 섣불리 노출시키면 우리 측의 대북 감시능력이 드러나 북한에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김 위원장이 연평도 포격도발 9주년(23일)에 맞춰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앞 최전방 포병부대까지 내려와 포 실사격을 지시한 것은 9·19 군사합의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 사안인데 보안을 이유로 쉬쉬한 것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에서 막을 올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고려한 ‘상황 관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 이목이 쏠린 국제적 행사에 남북 대결의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정부가 김 위원장의 도발 행보에 ‘로키’ 대응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창린도 방문과 관련한 어떤 질문에도 “(공개한 것 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하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