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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서에 “형사인데요” 전화한 보이스피싱범

입력 | 2019-11-26 03:00:00

강력팀 형사 속아주는척 연기, 돈 찾으러 나타난 조직원 검거



© News1 DB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이 경찰서 강력반으로 전화를 걸어 사기 행각을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오전 9시 10분경 이 경찰서 강력3팀장 양일모 경위의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1팀 소속 형사라고 밝힌 뒤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계좌 정보도 유출돼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은행으로 가서 통장에 든 돈을 인출한 뒤 집 냉장고에 넣어 두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라는 것을 직감한 양 경위는 통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남성의 지시에 따르는 척했다. 양 경위는 곧장 인근의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에 도착한 뒤엔 은행 직원에게 경찰 신분증과 함께 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여주며 협조를 구했다. 메모엔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중인데 연기를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양 경위는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아 현금 계수기가 작동하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의 남성에게 들리도록 했다.

이 남성은 이날 양 경위가 ‘은행에서 찾은 돈을 넣어둔 냉장고가 있는 곳’이라며 알려준 서울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 나타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인 중국인 위모 씨(34)를 24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