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1.26/뉴스1 © News1
● 정치권 ‘장외 회동장’이 된 황교안 천막
전날까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한 차례 청와대 앞 농성 텐트 밖으로 나왔던 황 대표는 이날은 한 차례도 나오지 못하고 텐트 안에만 누워있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오전 당 회의 전 천막에 들렀을 때도 황 대표는 누운채 “수고해 달라”는 말만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신장 이상 징후인 단백뇨(단백질이 섞여나오는 소변)가 나오고 심박수가 불규칙해진데다 감기까지 겹쳐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전날 “농성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통보했던 한국관광공사(청와대 앞 농성장 부지 관리기관)는 저녁 늦게까진 집행을 하지 않았다. 항한국당은 행정대집행이 들어오더라도 결사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26일 오전 이레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아 황 대표와 대화를 나눈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1.26/뉴스1 © News1
● ‘황교안식 지르기 정치’ 계속 통할까?
정치 입문 11개월차인 ‘정치 초보’ 황 대표가 측근의 극렬한 반대를 물리치고 강행한 청와대 앞 단식이 정치권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에선 “황교안식 정치를 다시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치밀한 정세분석을 바탕으로 한 정치공학적 전략을 짜고 하는 행동이 아닌 즉흥적인 삭발이나 단식 등 파격적 행동이 예상치 못한 정치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위기 때마다 삭발, 단식 등 극단적인 카드로만 돌파하는 리더십으론 총선까지의 장기전을 치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포스트조국’ 전략이 없었듯 ‘포스트단식’에 대비한 큰 틀의 전략이 전혀 없다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전략과 준비 없이 단식 정국이 끝나면 보수통합과 인적쇄신, 리더십에 대한 공세 등 곪아온 문제들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지적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