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카페형-마트형 이어 드라이브 스루까지… 은행 영업점의 진화
얼마 전 은행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던 직장인 김모 씨(41). 그는 현재 진지하게 KB국민은행의 알뜰폰인 ‘리브모바일’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이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고, 전용 유심칩만 꽂으면 간편하게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애플과 같은 정보기술(IT) 회사가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아마존 같은 유통플랫폼이 대출 상품을 내놓는 시대다. 국내 은행들도 전통적인 금융산업의 테두리를 넘어 이종(異種)산업과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휴대전화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은행 지점에서 농·축산물도 판매한다.
리브모바일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요금제다. 국민은행과 거래한 실적 등에 따라 각종 할인이 붙는데 할인액이 월 최대 3만∼4만 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휴대전화 사업에서 이윤이 남을까 싶을 정도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통신 사업으로 이득을 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알뜰폰을 미끼로 은행의 충성 고객을 늘리고 더 확실히 붙들겠다는 얘기다.
KEB하나은행도 ‘금융+통신’ 결합에 가세했다.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와 함께 알뜰폰 고객이 하나은행으로 급여나 연금 등을 자동이체하면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차를 타고 환전을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환전 서비스’를 연내에 내놓기 위해 신세계 면세점과 손을 잡았다.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이 서비스는 고객이 모바일로 환전을 신청한 뒤 자동차로 환전소를 방문해 해당 외화를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 주차장 안에 ‘드라이빙 스루 존’을 만들어 면세점 방문 고객들에게 사전 신청한 외화를 빠르게 전달할 계획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객들이 핀테크로 옮겨가면 기존 금융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려는(록인·Lock-in)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