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공대 앞에서 시위대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경찰. 동아일보DB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집회가 끝나갈 무렵 투표소 준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인근 센트럴 선거구 투표소 설치 예정 장소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곳에서 우연히 N 씨와 다시 마주쳤다. 그가 기자의 소속을 다시 물어봤다. 베이징(北京)에 주재하는 특파원이라고 하자 뜻밖에도 미행이라도 당한 듯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의) 스파이는 아니겠죠?”
6월 200만 홍콩 시민이 참가한 평화 시위 현장 취재 때만 해도 경험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홍콩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중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 정부가 홍콩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누려온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는 범민주파의 구의원 선거 압승이 그들에게 준 잠깐의 흥분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다.
홍콩에서 만난 지식인들은 젊은이들의 두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었다. 저명한 정치학자인 이반 초이 홍콩중원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 사이에 가치관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홍콩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계속 강조하면 홍콩 젊은이들도 중앙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을 것이고 지식인들도 젊은이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다. 홍콩에 혼란과 불확실한 미래가 계속되는 건 중국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세상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이다. 초이 교수는 ‘사완즉원(事緩則圓)’이라는 중국 성어를 말했다. 조급하고 강압적인 대응보다는 중국인이 가진 미덕처럼 서로 존중하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홍콩인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금 기다려주면 어떻겠느냐는 말이었다.―홍콩에서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