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철 변호사(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들이 2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 김홍영 검사를 자살에 이를 정도로 폭언, 폭행한 전 부장검사를 폭행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2019.11.27/뉴스1
대한변호사협회가 고(故) 김홍영 검사의 상사였던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고발했다. 3년 전 김홍영 검사는 상사의 폭언과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서른셋 나이에 목숨을 끊었다.
변협은 27일 오전 9시30분경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 대리는 김 전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동기인 오진철 변호사 등 3명이 맡았다.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김 전 검사는 2016년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 전 검사가 상사의 폭언과 폭행으로 ‘죽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술 취한 부장검사에게 맞았다거나, 부장검사가 결혼식장에서 독방을 구하라고 다그치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얘기도 있다.
법무부는 2016년 8월 김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을 의결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같은 해 11월 해임취소 소송을 냈지만 지난 3월 패소가 확정됐다. 해임은 검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다. 다만, 당시 검찰은 폭행 혐의로 김 부장검사를 수사하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8월 말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징계처분에 의해 해임된 뒤 3년이 지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변협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을 보류했지만, 현행 변호사법상 신청 후 3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변호사에 등록된다.
이에 변협은 고육지책으로 그를 고발하게 된 것이다. 변협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적 검토와 유족에 대한 사과도 이뤄지지 않은 채 변호사 등록을 허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또 변협은 이번 고발을 계기로 ‘직무를 심사함에 있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 발의할 예정이다.
변호사법(8조)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재직 중 저지른 위법행위로 형사 소추되거나, 그 위법행위로 퇴직한 사람이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면 대한변협 등록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1~2년 동안 변호사 등록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변호사 등록 신청을 낸 날로부터 3개월 이내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 시한이 오는 30일이다. 그 전까지 김 전 부장검사가 형사소추되지 않으면 변호사 등록이 된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