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천막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을 만나던 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News1
27일로 단식 9일째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의료진의 강권에도 병원 행을 완강히 거부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황 대표가 신장과 심장 등 장기에 이상 신호가 이어지고 얼굴이 붓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하루 만에 당 후원금이 4800만 원 넘게 들어오는 등 보수층의 결집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황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청와대 사랑채 앞 단식 텐트에서 두문불출하며 누워만 지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황 대표를 만난 직후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지만 황 대표가 ‘조금 더 이어가야 한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드루킹 특검’을 주장했던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가 단식 9일째 실려 간 전례와 추운 날씨 등을 감안하면 이번 주 후반을 중대 고비로 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단식 초기 천막 없이 스티로폼 깔개에만 의존해 찬바람을 많이 맞아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고 했다.
황 대표가 철회를 촉구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시킬 권한을 가진 문희상 국회의장은 황 대표의 경기고 선배인 유인태 사무총장을 보내 걱정의 뜻을 전했다. 유 사무총장은 “국회의장께서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 처리가 잘되도록 황 대표께서 노력해 달라’고 했다 하니 황 대표가 ‘의장께서 좀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황 대표를 직접 만나도 단식 중단 명분이 될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우선 유 사무총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단식이 길어지면서 보수 지지층의 결집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중앙당 후원회에는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20일부터 일주일간 1600명이 총 1억 원 넘게 후원금을 냈다. 26일 하루에만 678명이 4800여만 원을 냈다. 평소 200만 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25배 가까이 늘어난 것. 최근 재정난으로 당직자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한국당에겐 ‘가뭄 속 단비’인 셈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수만 원 단위의 소액 후원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단식 천막 앞에는 매일 “황 대표께 꼭 전해 달라”며 핫팩 담요 침낭 등을 가져오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당은 물품들을 모아 황 대표 단식 이후 복지단체에 기부할 방침이다.
한국당에선 ‘포스트 단식’ 정국에 대한 대책 논의가 슬슬 거론되고 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황 대표와 함께 동조 단식을 하거나 ‘의원직 총사퇴’를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대표가 병원에 이송되면 의원들이 1명씩 쓰러질 때까지 ‘릴레이 단식’을 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단식 등 극단적 카드보다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 다가오고 있는 패스트트랙 충돌에 대비해야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