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 북한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20~22일 진행된 방미 성과를 소개하면서 “미국 측(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지난해처럼 ‘빅이벤트’(북-미 정상회담)가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고 전했는데, 미국 측도 한국의 총선 일정을 알고 있더라”라고 발언했다.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7월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에 왔을 때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하루 전에 이뤄져서 정치적인 논란이 일었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설명한 뒤 이런 말을 했다.
논란이 일자 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은 한국당도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3차 북-미 회담마저 또다시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방미 기간이 아니라)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그런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외교안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믿기 힘든 말이며 사실이라면 답답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여권의 이 같은 반응은 청와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의 선거 쟁점화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야당이 북한 해안포 발사 등을 이유로 외교안보라인 책임론을 제기하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